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측근 7명에 대한 재판이 5일 바그다드 특별법정에서 재개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외국인 변호인들의 발언신청이 거부되면서 변호인단이 집단 퇴정하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재판부가 애초 입장을 번복함에 따라 예정됐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후세인을 포함한 피고인 8명은 오전 11시(현지시간)께 리즈가르 모함메드 아민 주심 판사의 호명에 따라 특별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양복 차림의 후세인은 맨 마지막으로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들고 출정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에 법률고문으로 참여한 램시 클라크 전 미 법무장관과 나지브 알-누아이미 전 카타르 법무장관의 발언신청을 거부했다가 변호인단이 퇴정하는 방법으로 항의하자 재판진행을 위해 1시간30여분만에 발언을 허용했다. 클라크는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이라크의 분열이 야기될 것이라며 공정한 재판을 위한 자유로운 변론활동이 가능하도록 변호인단과 가족들에 대한 철저한 신변보장을 촉구했다. 지난 10월19일 후세인과 측근들의 재판이 시작된 후 변호인 2명이 피살됐지만 지금까지 이 사건의 진상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알-누아이미 전 카타르 법무장관은 특별법정이 미국의 점령 하에서 설립된 점을 부각시키며 위법성을 집중 거론했지만 재판진행을 막지는 못했다. 이어 후세인과 측근들의 기소범죄인 1982년 두자일 마을 학살사건을 현장에서 지켜본 아흐메드 하산 모함메드 알-두자일리가 첫번째 공개증언에 나서 피고인들의 잔혹행위를 폭로했다. 이브라힘 알-자파리 현 총리가 이끄는 시아파 정당인 알-다와당 소속인 두자일리는 후세인 암살기도 사건이 있은 후 보안기관 요원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두자일 주민들을 바그다드의 정보기관 본부로 끌고가 고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구 한 명이 고문당해 내 앞에서 죽는 것을 직접 봤다"며 체포된 주민들은 취조당한 뒤 아부그라이브 교도소로 이송됐고, 대부분은 계속된 가혹행위로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증언에 앞서 후세인의 이복동생으로 정보기관을 이끌었던 바르잔 이브라힘 알-티크리티를 지목해 "당신이 14살 짜리 어린이를 죽였다"고 욕설을 퍼부어 서로 욕설을 주고받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앞서 재판부와 변호인단이 발언권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동안 후세인은 재판부가 임명하는 변호인은 거부하겠다고 밝히며 "이라크 만세, 아랍국가 만세"를 외쳐댔고 알-티크리트도 이에 가세했다. 후세인은 특히 법률에 따라 재판을 진행한다는 주심 판사의 설명에 대해 "이 법은 미국이 만든 법이고, 이라크의 주권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되받아치는 등 재판부에 도전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재판부는 며칠 간 증인신문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 장면은 이전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20분 시차를 두고 TV로 중계됐다. 한편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에서 수 십명의 주민이 후세인 지지 시위를 벌였으며, 특별법정이 마련된 바그다드 그린존 주변에서는 조속한 재판과 후세인의 사형을 촉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