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기 상황에서 개인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겠다고 하면 조세 저항이 걷잡을 수 없겠지요. 그러니 쉽게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기업들의 부담만 더 가중되지 않겠습니까?" 대기업 A사의 한 임원은 최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세금 인상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일반 국민들을 이해시키기보다는 기업들에 세금을 더 걷는 게 쉽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세율 인상과 각종 목적세 신설 움직임,대기업에 대한 잇단 세무 조사 등으로 기업들의 속앓이가 깊어져만 가고 있다. 정부의 재정 지출이 늘어나면서 그 부담이 기업들에 그대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고유가 환율 등 갖가지 불확실성이 기업들을 전방위적으로 옥죄는 상황에서 세무 조사와 세 부담까지 떠안게 됐으니 경영활동에 매진하기는커녕 기업을 해 나갈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다는 게 재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 같은 우려는 포스코 현대엘리베이터 신한은행 대림산업 한화건설 LS전선 SK㈜ 등 대기업에 대한 국세청 세무 조사가 잇따르면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세무 조사를 받고 있는 B사 사장은 "세무 조사가 들어오면 물리적으로 인력도 많이 투입되고 정신적으로도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어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기 세무 조사라고는 하지만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세수 부족을 기업들을 옥죄 메우려고 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석 대한상의 조사본부장도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세무 조사를 하면 경영에 지장을 초래하고 기업인들의 사기도 떨어뜨린다"며 "세무조사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이 같은 상황이 내년에는 더 나빠질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무 조사,세금 인상,목적세 신설 등의 부담은 우선 기업의 기회 비용을 빼앗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세금 인상이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들에게 전가돼 구매 의욕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이승철 전경련 경제조사본부 상무는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조세 부담을 경감해 주려는 국제 조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기업의 세 부담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법인세율을 2% 포인트 인하했지만 각종 감면 혜택을 축소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등 신규 세목으로 인해 기업의 실효세율은 낮아지지 않았다"며 "내년에도 세율 인상과 각종 목적세 도입이 이뤄지면 기업 환경이 더 악화될 우려가 있고 경기 회복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일단 경제를 살려서 조세 수입을 추가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