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8시50분(현지시간)경 파키스탄 북동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학교 건물들이 무너지면서 수업이 시작됐거나 애국가를 마치고 수업을 시작하기 위해 학교에 있던 학생들이 많이 죽고 다쳤다. 피해를 입은 주요 지역마다 각각 수 백명의 아이들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물에 있지 않고 야외에 나가 있던 어른들이 상대적으로 덜 피해를 본 반면 대부분 학교들이 엉성한 시멘트 건물 안에 있던 아이들은 속수무책 무너지는 건물 더미에 깔렸기 때문이다. 건물이 약해 리히터 규모 7.6의 강진에 견딜 수 없었고 이슬라마바드 북동쪽 산간 지대에 있는 마을의 학교는 지진이 촉발한 산사태에 매몰된 곳도 있다. 산간 학교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진앙인 잠무 카슈미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발라코트. 관광지인 카간 계곡으로 가는 관문이며 이 곳을 지나면 마을 몇 개가 더 있다. 발라코트에 있던 초등학교와 중학교 및 여학교 등 학교 3곳이 모두 무너졌다. 한 사립학교에 다니던 우자이르 모하메드 쿠레시(17)는 "선생님이 막 수업을 마치고 교실 밖을 나가시고 나는 화학 교과서를 읽고 있었는데 건물이 흔들렸다"며 "우리는 밖으로 나가려고 교실 문으로 몰려갔는데 갑자기 천장이 무너져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손에 큰 상처를 입고 쓰러졌지만 잠시 뒤 정신을 차렸고 무너진 벽 사이로 기어 나와 목숨을 건졌다. 그는 자신과 함께 있던 15∼20명 가량의 같은 반 친구들은 모두 죽거나 크게 다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의 경찰 야민 칸은 무너진 학교 3곳에 있다 매몰된 약 350명의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물더미에서 40명을 구조했고 150구의 아이들 시신을 꺼냈다고 밝혔다. 발라코트에서 9㎞ 떨어진 샤왈에 사는 정부 관리 압둘 라시드는 "우리 마을 아이들 여럿이 발라코트 학교에 다니는데 돌아온 아이는 한 명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진 발생 직후 현장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산사태로 길이 막혀 있어 갈 수 없었다면서 산에도 돌이 굴러내리고 또 여진도 있어 못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걸어 가거나 강에 놓인 작은 다리를 경차로 건너는 수밖에 없다.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도 사정은 비슷해 이 곳 학교에 있던 아이들 1천명 이상이 매몰된 것으로 보인다고 GEO TV는 전했다. 유니세프는 9일 이번 파키스탄 강진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집이나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우선 돌보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데이비드 불 유니세프 영국 지부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진 피해를 입은 어린이들은 상처나 추위, 굶주림, 스트레스, 질병, 착취, 교육 기회 박탈, 부모와의 격리 등에 노출돼 있다"면서 "이들이 빨리 가족 친지들을 찾고 정신적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라코트 APㆍAFP=연합뉴스)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