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터보테크가 23일 매매거래정지 15일 만에 지난해 7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이에 따라 조만간 터보테크의 분식회계에 대한 특별감리에 착수할 방침이다. ▶한경 9월23일자 A23면 참조 터보테크는 이날 2004사업연도 분식회계 여부에 대해 "당사의 단기금융 상품 중 700억원의 자산이 양도성예금증서(CD) 형태로 가공계상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분식이 이뤄졌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터보테크는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된 자금악화설에 대해서는 "현재 영업과 관련해 자금은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현금흐름이 자금 상황에 압박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터보테크는 언제 어떤 경위로 분식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재공시하겠다"고만 밝혀 분식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는 터보테크의 분식회계가 단말기 사업 실패에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터보테크의 원래 주력제품은 공작기계 등에 들어가는 CNC컨트롤러였으나 매출확대에 한계를 느끼고 휴대폰 단말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공장 증설에도 불구,주문물량이 기대이하로 줄어들면서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특히 지난해 11월 LG전자 중국 옌타이 공장을 임대,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연산 200만대 규모의 휴대폰 단말기 공장(법인명 득보수통신유한공사)을 세웠지만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주춤으로 납품물량이 줄어들면서 경영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터보테크가 분식 사실을 시인한 만큼 조만간 특별감리에 착수할 것"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터보테크의 분식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분식 혐의가 확인되면 터보테크는 물론 터보테크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을 경우 당연히 제재를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증권선물거래소는 터보테크가 분식회계설에 대해 조회공시를 함에 따라 오는 26일부터 주권 매매거래 정지를 해소하기로 했다. 터보테크는 자산 2조원 미만으로 집단소송 대상은 아니지만,주가하락으로 피해를 본 주주로선 개별적으로 민·형사상 소송은 가능하다. 터보테크는 지난달 금감원의 CD 일제 점검 과정에서 분식혐의가 포착돼 지난 9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됐으며 그동안 분식회계설에 대한 사실확인을 미루면서 이날까지 15일간(거래일수 기준으로 10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됐었다. 주용석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