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1일 오후(한국시간 12일 오전) 코스타리카 국빈방문 첫 일정으로 숙소 호텔에서 동포대표단을 접견, 동포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했다. 이날 접견은 약 30분간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주고 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지난 8일 첫 순방국인 멕시코로 가는 특별기내에서 "가급적 큰 뉴스 만들지 않겠다. 동포간담회 조심하겠다. 여기서 사고 안나면 된다"고 말했듯이 국내 현안 언급은 일체 없이 동포들의 건의사항을 듣고 격려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노 대통령은 12명의 동포대표단을 맞으면서 "동포간담회를 이렇게 오붓하게 하는 것은 처음이죠"라며 "항상 홀 가득히 모시고 단상에 올라서 했는데..."라고 말을 꺼냈다. 임창순 코스타리카 주재 대사가 교민사회 현황을 일어서서 보고하려고 하자 노 대통령은 "앉아서 하세요"라고 편하게 보고할 것을 권유했고, 임 대사는 "교민들 모두가 중산층이고, 아주 부자도 없고 아주 가난한 사람도 없다"며 2분간 교민사회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보고를 갈음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언제 어디를 가도 한국 사람들이 그 지역사회에 잘 적응하고 모범적으로 생활하니까 자랑스럽다"며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기회가 되도록 만들어 가야겠다"고 말했다. 코스타리카 한인은 지난 60년대 후반 이민이 시작돼 현재 480여명의 동포가 살고 있고, 이중 50% 이상이 의류 도.소매업에 종사하고 있고, 중고차 판매, 식당업 등을 주로 하고 있다. 코스타리카 이민사가 100년에 이르는 멕시코 한인 초기 이민사에 배있는 한(恨)의 역사와는 사뭇 다르고, 교민들이 현지 중산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인듯 노 대통령은 아주 밝은 표정으로 접견에 임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오면서 고민 많이 했다. 드릴 말씀이 별로 없더라"고 농담을 한뒤 "러시아에 갔을때나 멕시코에 갔을때는 눈물로 얼룩진 이민사가 있어서 할 말도 많았는데..."라고 이같은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곁에 앉은 권양숙(權良淑) 여사를 가리키며 "말 많이 한다고 이 사람한테 타박도 받고..."라고 소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산호세=연합뉴스) 성기홍 김재현 기자 sgh@yna.co.kr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