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 의해 연방 대법원장 후보로 지목된 존 로버츠 대법관 지명자의 나이는 이제 50세. 인준될 경우 평균 연령이 70세에 이르는 대법원 판사들을 행정적으로 통솔하고 회의를 주재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권위와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대법원의 전통을 감안할 때 신참이 해내기에는 벅찬 임무가 될 것이 분명하다. 판사들간의 토의를 주재하는 대법원장은 다수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해 때로는 권위에 의지해야 할 때도 있다. 또 판사들이 일방적인 장광설을 늘어놓거나 판사들의 의견대립이 격화할 때 회의의 효율성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도 대법원장의 몫이다. 80세를 일기로 타계한 윌리엄 렌퀴스트 전(前) 대법원장은 준엄한 눈빛만으로도 동료 대법원 판사들을 침묵시킬 수 있을 만큼 권위를 인정받았다. 로버츠 지명자와 함께 대법원장 후보 물망에 올랐던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대법관 회의에서 충분한 발언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불평했지만 연장자인 렌퀴스트 전 대법원장의 지시에는 고분고분 따랐다. 매주 열리는 정례 대법관 회의에서 '질문'을 핑계로 발언시간을 독점하려는 대법관들은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질책을 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의장석을 이어받게 될 로버트 지명자의 회의 진행 방식은 사뭇 달라질 전망이다. 노트르 데임 법대의 리처드 가닛 교수느 "로버츠 지명자가 루스 긴스버그나 스칼리아 판사의 발언이 지나치게 길어진다고 해서 말을 끊게 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사로서는 젊은 나이에다 재조 경력도 길지 않은 로버츠 지명자지만 정부를 대리하는 변호사 또는 민간 변호사로서 대법원 판사들과 오랫동안 법정에서 사건을 논했고 렌퀴스트 전 대법원장의 서기로도 일했던 그의 경력을 감안할 때 그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가닛 교수는 "로버츠 지명자가 만만한 상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칼리아 판사와 클래런스 토머스 판사 등 두명의 대법원 판사들이 대법원장 자리를 두고 경합했던 점도 로버츠 지명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인준 과정에서의 논란을 우려해 결국 차기 대법원장으로 로버츠 지명자를 낙점하기는 했지만 두 베테랑 판사들은 여전히 보수진영의 지도자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메리칸대학의 스티븐 워밀 교수는 "로버츠 지명자가 대법원장이 됐다고 해서 저절로 대법원의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 역학관계는 어떤 규정집에도 쓰여져 있지 않으며 스스로 모습을 갖춰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AP=연합뉴스)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