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23일 "북한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변화는 표면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차원"이라며 "이제 (변화 이전으로) 유턴(U-Turn)할 단계는 이미 지나갔다"고 밝혔다. 정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조찬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북한의 변화와 향후 개혁.개방 로드맵'이란 주제강연에서 "사회주의 국가의 변화 사례를 보면 경제적 변화가 먼저 시작되고 이후 사회.문화, 정치, 군사적 변화가 뒤따라가는 수순을 밟아왔다"며 "북한의 경우 경제에 이어 이미 사회문화적 변화까지 진행된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북한이 정치, 군사적 변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최근 북측 대표단이 국립현충원 등을 방문한 것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의지를 지닌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은 전술적 변화 단계를 거쳐 펀더멘털한 차원의 전략적 변화로 옮겨가기 위한 언저리에 와 있다"며 "경제부문이 펀더멘털한 변화를 겪게 되면 정치, 군사 부문도 의미있는(Significant) 변화 단계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변화란 개방.개혁의 결과로 초래되며 북한의 경우 벤치마킹 대상인 중국, 베트남의 실패 사례는 버리고 성공사례만 취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의 일관성 및 효율성이 높다"며 "다만 중국과 달리 비공개적으로 변화를 진행하고 있고 아직도 당.군 등 행정권의 완전한 차단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은 1998년 김정일 위원장 체제 본격 출범후 개방과 시장주의로의 변화를 적극 추진했으며 미국, 중국도 이를 인정했다"며 "지난해 4월 형법을 개정, 경제 관련 처벌 규정을 기존 18개에서 74개로, 사회질서 관련 규정을 16개에서 46개로 확대한 것만 보더라도 북한이 겪고 있는 급격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핵문제 와중에도 북한이 계속 변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만큼 이러한 점을 감안해 대처해야 한다"고 전했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 그는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나 모든 일이라는 게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한국의 경우도 먹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인권문제가 본격화됐듯 북한도 아직 생존권적 인권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인권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를 심어놓은 뒤 뿌리를 내릴 때까지는 기다려줘야 한다"며 "이러한 부분을 국제사회에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과 관련 "1차 정상회담이 교류.협력을 논하는 자리였다면 2차는 평화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핵, 미국, 주한 미군 문제 등의 해결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북한도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다만 본질적인 평화문제를 해결하기 전이라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간단계 차원의 정상회담은 필요한만큼 현단계에서는 제3국에서의 정상회담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