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2일 개인 예금 8천만원을 주식형 펀드 8개에 1천만원씩 분산 투자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월 공직자 재산공개 때 노 대통령이 밝힌 재산총액(7억3천만원)만 놓고 보면 대통령 일가 전재산의 10% 가량이 주식에 투자된 것이다. 거의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노 대통령의 주식투자는 특히 청와대 경제팀을 비롯한 참모진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관계자는 "최근 대통령 혼자서 결정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이 주위에 알리지 않고 시장과 공직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판단을 내린 배경에는 현 경제상황을 겨냥한 '원려'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많다. 부동산시장에 몰려 있는 수백조의 유동자금이 건전한 주식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동시에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는 투기근절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했다는 것이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폭동 현상이 왜곡된 투자심리에 있다고 진단하고, 유동자금의 물꼬를 돌리려는 의도에서 대통령이 상징적 이벤트를 고안했다는 얘기다. 부동산 문제를 금융의 선순환 구조로 풀겠다는 노 대통령의 뜻은 이미 제헌절인 지난 17일 국회의장 초청으로 열린 5부요인 만찬에서 그 일단을 드러낸 바 있다. 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고 주식을 사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고, 그러한 정책 방향 제시가 초기 단계에서 주식투자라는 구체적 아이디어로 나타난 셈이다. 한쪽에선 노 대통령이 코스닥 주식이 편입된 펀드를 매입했다는 사실에서 또다른 의미를 찾으려는 시각도 있다. 코스닥 시장이 벤처 및 중소기업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양극화 극복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도 노 대통령의 펀드 매입 배경을 설명하면서 "시중 여유자금이 기업의 기술개발 등 보다 생산적인 부분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마음에서 투자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부동산에 쏠린 여유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내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는 토지공개념 도입 등 초강경 투기근절책이 거론되고 있는 당정의 부동산대책 조율 과정에도 적잖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식시장은 물론 기업투자 심리 회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여권의 기대섞인 전망이다. 그간 여당 386을 상징하는 송영길(宋永吉) 의원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경제통 의원들은 "대통령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매우 크다"며 노 대통령에게 펀드가입 이벤트를 가질 것을 주문해왔다.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이 이런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한 만큼 부동산 투기를 뿌리뽑겠다는 대통령의 집념이 시장에 어떤 식으로 투영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