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안정책의 일환으로 토지공개념 도입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토지를 공익적 자산으로 보고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토지 공개념은 89년 노태우 정부시절 도입됐으나 관련법이 헌법 불합치,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희석된뒤 각종 부담금 형태로 대체된 상태다. 최근 땅값 상승과 토지 소유의 과두 현상이 심화되면서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토지공개념의 재도입 주장이 확산되고 있고 정부도 토지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대책을 논의중이어서 향후 진행방향이 주목되고 있다. ◆토지공개념 토지 공개념이란 땅의 개인 소유권은 인정하지만 소유권을 구성하는 중심요소인 이용권과 수익권, 처분권을 국가가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는 토지를 국가가 직접 몰수하지 않고도 실질적인 국유화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국토면적이 좁은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공개념의 뿌리는 인간생활과 생산을 위한 불가결한 기반인 공공재 성격의 토지를 일부 개인이 소유하고 개발하면서 나타나는 부익부 빈익빈을 막고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높이자는데서 출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후반 땅값 급등이 확산되면서 사회문제화되자 노태우 정부가 88년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등 이른바 공개념 3법을 도입, 시행됐다. 그러나 특별시, 광역시 내에서 개인의 택지를 200평으로 제한하는 택지초과소유부담금제는 99년 4월 국민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위헌결정을 받았고 유휴토지의 땅값 상승분에 최대 50%의 세금을 물리는 토초세는 미현실 수익에 대한 과세라는 지적과 함께 94년 7월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은뒤 98년 12월 폐지됐다. 남아있는 제도는 택지개발, 공단조성 등 29개 개발사업 시행자에 개발이익의 25%를 개발부담금으로 물리는 개발이익환수제는 2001년 규제완화와 기업부담 해소라는 명목으로 2002년부터 비수도권, 작년부터 수도권에 부과가 중지됐다. ◆정부의 입장 정부는 이미 토지공개념이 과거 제도의 위헌판결로 의미가 퇴색된만큼 이를 다시 꺼내드는데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이 18일 KBS 1라디오에 출연, 다시 부상하는 토지공개념 논의에 대해 "과거 택지소유상한제 등 토지공개념을 강화한다는 조치들이 위헌판결이 났던 것을 상기한다면 토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조치로 표현하는게 낫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 박 차관은 "개발부담금제는 위헌소지가 없는 여러방안을 검토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정도까지 토지이용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정부처럼 거창하게 공개념 도입을 운운하기보다는 실효성있는 방안을 강구, 부동산 투기바람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거론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양도소득세율 조정 등도 공개념은 아니지만 토지공공성 강화를 위한 조치중 하나다. ◆어떤 제도가 가능한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토초세를 보완해 개발하자는 주장, 소유상한을 둬야 한다는 안, 개발부담금의 확대 재시행 방안 등에 대해서는 위헌시비를 들어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이에따라 정부는 국유화, 소유와 개발권의 분리, 사적 개발이익 발생 차단 등 토지공개념의 3가지 방안중 세번째 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우선은 주택에 대해 적용키로 한 보유세를 토지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매겨 땅을 갖고만 있으면 큰 부담이 없고 개발이 될 경우 10-20배에 이르는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땅에 대한 투자자들의 욕구를 희석시킨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토초세의 위헌판결 부담을 덜 수 있고 공평과세 측면에서도 충분히 논의가 가능한 제도여서 유력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공시지가의 현실성이 높아져야 하고 주택과 달리 토지는 매매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에대한 보완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부담금을 통한 개발이익 환수도 검토 대상이다. 현재 소관부처별로 토지에 대해 갖고 있는 부담금은 개발제한구역훼손부담금, 농지조성비, 광역교통시설 부담금, 개발부담금, 수익자 부담금, 시설부담금 등 무려 2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활용되고 있는 조치는 농지조성비, 대체초지조성비, 개발제한구역훼손부담금, 광역교통시설부담금, 대체산림자원조성비와 위헌판결이 난 학교용지부담금 등 일부에 불과하다. 부담금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엄격히 적용한다면 개발에 따른 이익을 공공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4억원 이상인 나대지에 대한 종부세의 기준점을 하향조정하는 방안도 검토대상중 하나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 역시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 향후 논의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