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자회담 복귀 결정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핵 해결이 새 국면을 맞고 있지만 회담의 타결을 위해서는 미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협상해야 한다고 북한 전문가들이 11일 주장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달 김 위원장과 한국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면담이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와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화의 수준이 격상될 경우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실무 회담에서 머뭇거린다면 진전될 것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는 김 위원장을 포함하는 회담을 열기는 아직 이르지만 타협을 원한다면 특정 시점에서는 김 위원장과 접촉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백만 명의 주민이 굶어죽고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북한 현실을 들어 김 위원장에 대한 싫은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 왔으며, 지난 2002년에는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이같은 표현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북한은 6자회담 복귀 발표 때에도 '미국측이 북한의 주권을 인정했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국제학연구소(MIIS)의 대니얼 핑스턴은 "북한은 동등한 협상 파트너로서 존중받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1972년 이후 북한을 9차례 방문한 셀리그 해리슨 미 국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체면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존중이야말로 결정적인 요소라면서 "북한의 관점에서 존중은 미국이 정권교체를 추구하는지 여부에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미국이 정권교체를 위해 1천700명을 기꺼이 희생시키는 것을 북한이 목격했으며, 북한의 경우에도 미국이 이같이 행동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