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서커스단 시르크 뒤 솔레이유에는 코끼리가 없다. 서커스의 상징격인 동물공연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르크 뒤 솔레이유가 거둔 성과는 놀랍다. 지난 1984년 창업 이후 90개국에서 500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 서커스단은 엄청난 비용이 드는 동물공연과 스타광대 초청쇼를 없애 원가를 확 줄인 대신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는 듯한 예술성과 세련미를 더해 주고객층을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시르크 뒤 솔레이유의 발상 전환은 고객이 모르던 시장,경쟁이 없는 새 시장을 창출하는 블루오션전략(Blue Ocean Strategy)의 전형이다. 세계 3위의 시멘트업체인 멕시코 세멕스가 지난 90년대 산업재인 시멘트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생일선물'로 만들어 전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것 역시 블루오션 개척의 또 다른 예다. 지난해 국내 가요계를 평정한 '어머나'도 새 시장을 찾아낸 케이스. 동요처럼 단순한 멜로디와 밝은 하이톤으로 젊은 세대들을 '성인 가요'의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세계는 지금 블루오션으로 빠져들고 있다. 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지난 90년대 중반 공동 주창한 이 전략론이 미국을 거쳐 전세계에서 빠른 속도로 뿌리내리고 있다. 두 교수가 올 2월 미국에서 출간한 첫 단행본 '블루오션전략'이 100여개 나라에서 번역되며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올라선 게 이를 말해준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에 이어 LG 그룹이 블루오션전략을 도입키로 선언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재계 리더들 사이에는 이미 필독서가 됐다. 블루오션전략은 경쟁자가 우글거리는 붉은 바다(레드오션)에서 벗어나 경쟁 없는 새 시장인 푸른 바다를 찾아내면 고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경쟁국을 앞서면''경쟁자를 이기면' 더 나은 미래가 보장된다고 믿어온 사람들에게 '경쟁을 잊어야 새 시장이 보인다'는 명제는 어찌보면 지동설을 최초로 주창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다. 블루오션을 창출하지 못하고는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선진국을 따라하는 '재빠른 모방자(fast follower)' 전략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또 3년째 계속되는 연 3∼4%대의 성장으로는 '저성장의 늪'을 도저히 탈출할 수 없다. 세계를 놀라게 할 새로운 상품,새로운 서비스를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정부가 깃발을 들어도 좋고 기업들이 앞장서도 상관없다. 경쟁의 피바다를 넘어서 아무도 개척하지 못한 푸른 바다를 찾아 나서야 '동북아 금융허브''국민소득 2만달러시대' 등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