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창투사들의 보유 물량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우회상장이나 코스닥 기업과의 주식교환 등을 통해 창투사들이 장외기업에 대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창투사들은 이익실현을 위해 신규 취득한 코스닥 기업 물량을 조기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창투사들은 대개 우회상장 후 2~3개월 안에 합병주식을 장내 매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업체 업고 주주로 대원이엔티는 이달 초 공시를 통해 장외 바이오업체인 알앤엘생명과학과 주식교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알앤엘생명과학 입장에서는 대원이엔티를 통해 우회상장에 나서는 셈이다. 알앤엘생명과학 주식 10만주가량을 가지고 있는 신영기술금융은 이번 주식교환으로 대원이엔티 주식 21만주가량을 받게 됐다. 최근 아이필넷의 경영권을 인수한 에프애치는 2곳의 창투사가 지분을 출자한 업체다. 넥서스투자와 한국기술투자가 이 회사 지분을 각각 7.9%,3.5% 보유하고 있다. 통일교 재단으로부터 한국와콤전자 지분을 인수한 현원도 장외 창투사 2곳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필넷과 한국와콤전자 모두 합병을 추진하고 있어 이들 창투사들도 합병 신주를 받게 될 전망이다. KTB네트워크는 상장업체에 투자사 지분를 매각하고 대신 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장외업체 투자지분을 유동화했다. 이 회사는 보유 중이던 장외업체인 웹게이트 지분을 24억원에 상장업체인 HS홀딩스에 매각했다. 그리고 24억원 규모의 HS홀딩스 유상증자에 참여,지분 11.90%를 확보했다. ◆창투사 지분 꼭 따져봐야 지난해부터 코스닥 상장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우회상장이 부쩍 늘었다. 창투사들 입장에서는 IPO(기업공개)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우회상장이 증가하면서 이를 통한 자금 회수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창투사들이 우회상장을 주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우회상장은 장외업체에 투자한 창투사들에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상장 이후 물량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1개월간의 보호예수 기간만 거치면 언제든지 지분을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M&A(인수·합병)가 활발한 바이오 분야의 경우 2~3년 전부터 창투사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했던 분야여서 우회상장 업체의 창투사 지분 규모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창투사 담당자는 "우회상장 업체 10곳 중 6~7곳은 창투사가 투자한 업체로 봐야 한다"고 추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