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은 괴롭다...' 최근 들어 1위 IT.전자업체들에 대한 특허 `집중포화' 공세가 쏟아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업체간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경쟁력의 관건인 특허 부문의 견제도 심화돼 1위 기업들이 특허 침해 혐의로 줄줄이 송사에 휘말리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LG를 비롯, 한.일 기업들이 올들어 `특허 경영'을 대폭 강화,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한.일간 특허 우위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과거에 적절한 수준의 로열티를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경쟁사의 시장 진입 자체를 차단하거나 선두업체의 시장 독주를 막기 위한 견제 수단의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그만큼 특허 경쟁력 강화 및 체계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위 기업들, 연이어 `특허 소송' 휘말려 =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메모리칩 솔루션 제공업체인 램버스는 이달 들어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자사의 특허 18건을 침해했다며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램버스는 이미 하이닉스를 비롯, 3개 반도체업체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해놓 은 상태로 삼성전자는 램버스의 특허권 주장을 근거없는 것으로 보고 앞으로 이를 입증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말 현재 대만 PC 업체 4곳을 특허 침해로 소송을 제기했고 9개사로부터 피소, 해외에서 총 11건의 특허 침해 관련 소송에 휘말려 있으며 국내에서는 3건은 원고로, 23건은 피고로 각각 특허 관련 사건이 법원에 계류돼 있다. 세계 1위 휴대폰업체인 노키아도 최근 휴대전화에 손을 대지 않고도 통화할 수 있는 기술과 관련, 자국 업체인 핀란드 아나데우스(Anadeus)사로부터 특허 기술 침해 소송을 제기당한 상태. 아나데우스사는 지난 95년 해당 기술을 특허 신청한 뒤 2003년 특허권을 취득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세계 1위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사도 이달 6일 미국 법원으로부터 액세스, 엑셀 프로그램과 관련한 특허권 침해 책임을 물어 과테말라 과학자인 칼로스 아마도에게 896만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MS는 `어떠한 저작권 침해도 저지른 적이 없다'며 즉각 항소할 방침이다. MS는 5억2천100만달러가 걸린 에올라스 테크놀로지와의 분쟁 등 현재 35건의 특허권 침해 소송에 휩싸여 있다. 앞서 도시바와의 `연합전선'을 통해 올해 대형 SED(표면전도형 전자방출 디스플레이)TV 생산 계획을 밝혀 이 부문 선두주자로 떠오른 일본 캐논도 지난 4월 SED와 관련, 미국 업체인 나노-프로프라이터리사로부터 소송을 제기당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통신용 반도체업체인 브로드콤사가 CDMA 칩 1위 메이커인 퀄컴이 휴대폰 관련 특허 기술 10개를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및 특허를 침해한 칩 제조 및 판매 금지를 요구하며 소송을 냈고 국제무역위원회에 대만에서 제조된 퀄컴 제품에 대한 미국 수입 금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PDP 1위 업체인 삼성SDI도 지난해 4월 일본 후지쓰가 PDP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쟁에 휘말렸으나 양사는 두달만인 6월 크로스 라이선스 형태로 화해했다. ◆한.일 기업들, 특허 경영 `고삐' = 삼성전자는 올초 윤종용 부회장 진두지휘 하에 `특허 경영'을 경영 화두로 삼고 특허 부문에 대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질 중심의 특허 보유 및 표준화 주도가 관건이라고 보고 2007년 특허 출원 `톱 3'로 뛰어오른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250여명 수준인 특허전담 인력을 2010년까지 450명으로 늘리는 동시에 변리사, 미국 특허 변호사 등 자체 인력의 교육, 양성도 강화해나가기로 했으며 지난달 특허 분야 경력 사원 채용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삼성은 작년 미국 특허 등록 순위에서 인텔(7위)을 누르고 6위를 기록,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10위권안에 들었으나 작년 지불한 특허료만 1조3천억원에 달한다. 이어 LG그룹도 지난달 각 계열사별 글로벌 특허 경영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 LG전자의 경우 특허 전담 인력을 현재 150명에서 2007년 250명으로 늘리고 미국내 특허출원 건수도 현재 2천건에서 2010년까지 5천건으로 대폭 확대키로 했고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특허거점을 구축, 지역전문가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마쓰시타의 경우 특허 전담인력이 700명에 달하며 올들어 지적재산권 본부를 신설했고 캐논도 지적재산법무본부를 중심으로 특허 중시 경영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출원을 기준으로 마쓰시타와 캐논은 2,3위의 수위를 달리고 있다. 앞서 지난해 후지쓰, 마쓰시타, 도시바가 삼성SDI, LG전자, 하이닉스를 상대로 잇따라 특허소송을 제기, 한국 업체들에 대한 일본의 전방위 공세가 이어졌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특허에 강한 몇몇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지적재산권 시대가 본격 도래, 국경을 뛰어넘는 특허 우위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