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실적에 큰 변수가 되고 있는 낸드 플래시메모리가 공급 확대로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낸드 플래시 가격이 올 연말까지 최대 40% 가량 폭락할 것이라고 7일 보도했다.삼성전자와 도시바 등 낸드 플래시 제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가격 하락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이에 따라 이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예상보다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낸드 플래시 성장세 꺾였다' AWSJ는 이날 "낸드 플래시의 거품이 꺼질 수 있으며 이 분야에서 대규모 이익을 낸 삼성전자의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보도했다. AWSJ는 전자업체들이 과거 3년간 D램 부문의 높은 가격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낸드 플래시의 매출 및 생산 증가로 안정적인 성장을 계속해 왔지만 더 이상 이런 호황을 구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릴린치는 이와 관련,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의 수요 증가로 이 기기에 장착되는 낸드 플래시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가 수혜를 입었지만 낸드 플래시 제조업체들이 빠르게 설비를 늘리고 있어 이 부문의 예외적 고마진은 끝날 것"이란 내용의 리포트를 냈다. 메릴린치는 올해 말 낸드 플래시 가격이 40%, 내년에는 추가로 52%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실적 악화되나 낸드 플래시는 D램 휴대폰 LCD와 함께 삼성전자의 4대 주력 수익창출원 중 하나. 특히 지난 1분기에는 전 분기에 비해 46%가량 영업이익이 늘어날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휴대폰과 함께 영업이익 2조1500억원을 달성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정보기술(IT) 경기 부진으로 삼성전자 D램 및 LCD 사업부문의 2분기 실적 전망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플래시 메모리를 제외한 모든 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 1분기(2조1500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1조6000억∼1조7000억원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낸드 플래시의 실적 악화까지 겹칠 경우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은 예상치를 크게 밑돌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AWSJ도 이날 "낸드 플래시가 현재와 같은 고수익을 얼마나 낼 수 있느냐가 삼성전자 전체의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걱정할 일 아니다" 삼성전자는 메릴린치의 분석에 대해 낸드 플래시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크지만 수익 창출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2~3년 낸드 플래시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가격은 매년 약 30~40%가량 하락해 왔다"며 "이 같은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충분한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업계 최초로 플래시 메모리 전용 300mm 웨이퍼 라인인 14라인을 본격 가동했고 70나노 4GB 낸드 플래시 양산에도 착수했다. 300mm 웨이퍼는 기존 200mm에 비해 칩 생산량이 2.25배 많고 70나노 공정은 90나노 공정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65%가량 높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3분기 중반부터 낸드 플래시 수요 증가로 가격 하락 추세가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관계자는 "3분기 중반부터 1기가급 낸드 플래시를 사용하는 MP3플레이어가 출시되고 휴대폰 기본 메모리 용량 역시 128메가바이트에서 256메가바이트로 바뀌는 등 고용량 낸드 플래시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폭이 40%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김남국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