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는 7일 관훈클럽(총무 박정찬 연합뉴스 경영기획실장) 초청 토론회에서 "난치병 환자의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한 연구성과가 오는 17일 발간되는 사이언스(Science)지의 표지논문으로 게재가 확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찬 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현재 사이언스지 표지에 게재될 디자인을 모두 완료해 제출했다"면서 "우리 연구팀이 이뤄낸 비슷한 연구성과로 사이언스나 네이처, 셀 등의 저명 과학저널에 표지를 장식한 것은 근래에 유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외신기자만 30여명이 참석하는 등 80여명의 국내외 기자들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황 교수는 토론회 시작 30분 전에 행사장에 도착, 참석자들과 함께 아침을 함께 한 뒤 시종일관 여유있는 모습으로 질문에 답했다.


황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제가 실험을 총괄 지휘했지만 하늘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외국의 침탈과 동족상잔 등의 온갖 어려움을 겪었으니 이제 하늘에서도 세계에서 어깨를 쪽 펴고 살아보라는 천운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번 연구성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리 연구원들이 콜라 빨아먹던 기술을 이용해 피펫(빨대 모양의 실험도구)으로 2초만에 핵을 제거했다"면서 "이런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성과를 올릴 수 있었고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특허를 제출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와 함께 "지난 5월 20일 영국에서 연구성과를 발표할 당시 영국의 연구팀이 8세포기 단계의 복제배아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이미 우리 연구팀이 3년 전에 이뤄낸 성과"라며 "하지만 영국의 신문들은 자국의 연구성과를 1면 기사로 다루고 우리 연구성과는 3-4면에 배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언론의 이 같은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면서 "앞으로 연구팀이 국익과 인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를 가슴속에 심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현재 줄기세포 연구 분야의 세계적 수준에 대해서는 "마라톤에 비유했을 때 실용분화세포가 25km 지점, 치료과정 표준화가 30km 지점, 그 직후 재연성과 메커니즘 등이 뒤따라 결승선에 이를 것"이라며 "지난해 줄기세포 첫 배양은 20km지점"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이어 "현재의 연구수준은 연극 4막 중 2막에 해당한다"면서 "내년 후반기쯤 2막이 시작되면 국민들이 중간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생명윤리 문제에 대해서는 "지구상에서 최소한 1세기 이내에 복제된 인간을 만날 기회는 없을 것"이라며 "생명윤리학자들의 공개토론에 나서 속시원히 얘기하자고 울분을 나타내는 의견도 있었지만 두려워서 안나간 것이 아니라 소모적인 논쟁의 장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토론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외국의 저명 생명윤리학자가 한국을 방문해 이번 연구성과의 윤리적 문제를 집중 조명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조만간 (이 윤리학자가) 이에 대해 발표를 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앞서 나가는 기술에 대해서는 보안성이 제1의 항목"이라며 "(연구내용의) 보안성만 철저히 지켜준다고 전제해 준다면 시민단체나 종교계도 연구에 참여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줄기세포은행에 대해서는 "올해 안에 적절한 시기안에 우리나라에 월드스템셀뱅크를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03년에 실험실에 발생한 정전사고로 배아가 두개만 남아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참담한 일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다음날 가봤더니 두개 모두 죽지 않고 많이 자라 있어 안도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황 교수는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노벨상을 어떻게 받는지 전혀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의 목표도 아니다"라며 "(저는) 역사에 `참과학도였다'는 기록으로 남는다면 어느 가치보다 소중한 재산으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의 줄기세포 정책에 대해 황 교수는 "각국의 지도자는 정책적 마인드가 있을 것이며 국민의 의견이 있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은 나름대로의 정책을 펴고 있으며 그러한 측면에서 존경한다"고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은퇴 후 정치권에 진출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서 내가 (현장관들에 비해) 연구 과정과 향후 전망 등을 판단하는 능력은 있겠지만 다른 능력에서는 그분들을 따라갈 수 없다"면서 "제가 남을 곳은 실험실"이라고 못박았다.


과기부 장관 제안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대해 그는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면서 "내가 갔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재치있게 답변했다.


황 교수는 이어 언론을 대하는 감각이 탁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질문과 대답 내용 등은 사전에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작위적이고 남의 얘기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성체줄기세포 연구분야에 대해서는 "성체 줄기세포의 미래 잠재성은 상당히 크지만 이 분야 연구를 직접 하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처럼 잘 설파할 능력이 없다"고 한발짝 물러선 뒤 "하지만 성체줄기세포가 갖는 치명적 단점도 존재하는 만큼 성체줄기세포만 가지고 연구할 경우 미래의 개척 영역의 절반 정도만을 차지하지 않겠나 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밖에 황 교수는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이 공동저자로 논문에 이름이 올라 있는데 대한 물음에 관련해서는 "섀튼 교수의 경우 동동연구팀의 절반보다 더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으며 청와대 박기영 보좌관도 실험과정에 따른 사회적 판단과 가치를 판단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무균돼지를 미국에서 몰래 들여왔다는 일화가 자칫 청소년들에게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은 불법이어도 된다는 인식을 줄 우려가 있지 않냐는 질문을 받고 "세포를 떼어준 미국의 과학자들과 대학측에서도 관련 사실을 알고 절차를 밟았다"면서 "도덕적으로 과정이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bio@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