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인 2002년 6월 `월드컵의 성지'였던 광화문 일대에 다시 붉은 물결이 넘실거렸다. 우즈베키스탄과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열린 3일 밤 세종로 광화문 4거리는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붉은 악마'를 중심으로 한 축구팬 2만여명(경찰 추산)이 빼곡이 들어찼다. 붉은 티셔츠를 오랜만에 다시 꺼내 입고 거리응원에 나선 축구팬은 경기 시작 4시간 전인 오후 6시부터 모여들기 시작해 경기시작이 가까워 질수록 숫자가 급격히 늘어 시작 직전 1만명이 넘어서면서 다소 쌀쌀한 초여름 밤을 뜨겁게 달궜다. 전반전이 끝날 무렵에는 광화문빌딩 앞에 1만5천명이 모인 것을 비롯해 현대해상 건물 주변과 광화문우체국 앞에 각각 4천명과 1천명이 무리를 지어 `대∼한민국'을 힘차게 외쳤다. 친구나 가족단위로 `삼삼오오' 광화문 4거리에 도착한 이들은 붉은 악마 응원단의 북소리에 맞춰 박수를 치거나 빨강 막대풍선으로 박자를 맞춰 한국팀을 응원했고, 한국팀이 공을 잡을 때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기세를 올렸다. 특히 `축구천재' 박주영과 네덜란드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지성이 공을 몰고 가면 곳곳에서 불꽃이 터지며 대형 전광판에 온 시선이 집중됐다. 전반전이 기대했던 득점없이 무승부로 끝나자 안타까움의 탄식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고, 나름대로 전반전 경기와 선수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붉은 악마 회원 300여명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30m×20m 크기의 태극기와 40m×30m 짜리 `치우천왕'기를 준비했지만 아쉽게도 전반전에 골이 터지지 않아 이들 깃발을 활짝 펼 기회는 없었다. 붉은 악마의 행정간사 김정연씨는 "예상보다 시민이 많이 오진 않았지만 직접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경기 끝까지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45개 중대 4천600여명을 배치, 광화문 4거리 인도 주변에 폴리스 라인을 치고 질서를 유지하는 한편 안전사고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서울=연합뉴스) hskang@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