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29.지바 롯데)이 연속 홈런포로 불방망이를 휘두르자 바비 밸런타인 롯데 감독의 기대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승엽은 삼성 시절이던 지난 2003년에 56개 홈런을 때려 일본의 왕정치가 세운 한 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55호)을 갈아치우고 화려하게 일본 무대에 밟았지만 첫해 성적은 참담한 그 자체였다. `국민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이승엽은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적응에 실패해 1,2군을 들락거리다가 겨우 10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0에 홈런 14개에 그쳐 밸런타인 감독에게 실망만 안겼다. 밸런타인 감독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이승엽이 운동신경이 뛰어난 좋은 선수다. 하지만 좋은 스윙에 비해 타이밍이 늦다. 또 자주 결장한 것은 정신 자세가 덜 됐기 때문이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결국 밸런타인 감독은 지난 시즌 1루수 겸 지명타자로 나서던 이승엽을 스프링캠프에서 좌익수로 보직을 변경시켰고 자존심이 상한 이승엽 또한 절치부심 한 끝에 올 시즌 롯데 간판 타자로 우뚝 섰다. 밸런타인 감독 또한 최근 이승엽에 관한 말만 나오면 찬사 일색이다. 이같은 변화는 이승엽이 일본프로야구 2년차에 접어들면서 일본 투수들의 구질에 익숙해진데다 완벽한 스윙에 맞게 빠른 타이밍을 가져가고 있기 때문. 이승엽 또한 22일 5경기 연속 홈런을 때린 것에 대해 "나만의 타이밍으로 상대 투수를 잘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힘주는 버릇을 없애 편한 마음으로 치니 좋은 결과로 연결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밸런타인 감독은 직접 이승엽을 지목하며 "재능있는 선수는 소속팀을 활기에 넘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며 롯데가 퍼시픽리그 선두를 달리는 원동력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밸런타인 감독이 이승엽을 영입할 당시 노렸던 `거포 효과'가 올 시즌에야 비로소 나오고 있는 셈이다. 밸런타인 감독은 24일 요미우리전을 앞두고 "이승엽이 요미우리와의 리그 교류전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 우에하라 고지로부터 홈런을 뽑아 승리에 이끈다면 더없이 기쁘겠다"고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나가노=연합뉴스) 심재훈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