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남북당국간 실무회담을 제의하며 회담장소로 개성을 명시해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남북관계 전반을 다루게 될 이번 당국간 실무회담 장소를 서울이나 평양, 금강산이 아닌 그간 남북경협 회담이 주로 열린 개성으로 정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남북장관급회담 북측대표단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14일 남측대표단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전화통지문을 보내 "오는 16-17일 개성에서 당국실무 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 권 책임참사는 "우리는 머지않아 역사적인 6ㆍ15 북남공동선언발표 5돌을 맞이하게 되지만 북남 당국 관계는 6ㆍ15 공동선언의 근본정신에 어긋나게 대결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을 구현하여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정상화하려는 염원에서 북남 당국 사이의 실무회담을 제의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통지문으로 보면 북측이 일정을 촉박하게 잡음에 따라 개성이 남북의 수도인 서울과 평양에서 근거리에 위치하고 교통이 편리한 점이 고려돼 회담장소로 정해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남북협력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개성공단'이 자리한 도시에서 10개월간 중단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재개해 화해와 협력을 모색하자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으려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실제로 개성은 지난 2003년 6월 남북 철도 도로 연결사업 실무접촉을 위한 남북 당국자간의 `출퇴근 회담'이 3일동안 진행되는 등 남북화해의 도시로서 명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이번 회담장소를 개성으로 제의한 데 대해 일부에서는 의구심 어린 시각도 보이고 있다. 북측이 표면적으로는 "6ㆍ15 북남공동선언발표 5돌을 맞아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정상화 하려는 염원"이라고 밝혔지만 실질적으로는 영농철을 맞아 `발등의 불'인 비료를 신속하게 지원받기 위해 개성에서 경협회담만을 하자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와관련, 우리정부는 남북 당국간 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비료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통일연구원 박영호 선임연구위원은 "회담장을 개성으로 정한 것은 비료와 북핵 을 둘러싼 국제정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간 실무회담이 재개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 "북측이 남측 통일부장관 앞으로 통지문을 보냈지만 실제로 남북 장관급 회담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당국간 실무회담은 그간 회담장으로 애용되어온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성규 기자 moon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