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오는 16일부터 이틀간 개성에서 차관급 실무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번 합의가 북한의 영변 원자로 폐연료봉 인출 발표 등으로 북핵 문제를 놓고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데다 남북 당국간 회담이 지난 해 7월 이후 10개월 가량 중단된 상황에서 이뤄져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14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남북장관급회담 북측대표단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가 남측대표단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전화통지문을 보내 16∼17일 개성에서당국간 회담을 갖자고 제안해 왔다"면서 차관급 실무회담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이 차관은 이번 회담에 자신을 수석대표로 3명의 우리측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남북관계 정상화 방안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측 입장 전달 ▲ 북측 요청있을 경우, 비료 지원 문제 등 3가지가 주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 "북측과 협의해 예년 수준의 비료를 제공 하는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차관은 특히 "남북간 회담이 열리게 됨으로써 6자회담과 북핵문제를 풀어나가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고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하고 북한이 6자회담의 조기 개최에 호응에 나올 수 있도록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남북 대화 중단으로 많은 현안과 과제가 쌓여 그동안 중단된 남북 장관급 회담,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담, 장성급 회담을 차례차례 복원시켜 이러한 과제들을 토의해 나감으로써 현재까지 추진해온 남북간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의 추진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남북관계가 닫혀 있어 많이 안타까웠지만 오랜만에 남북관계에 숨통이 트일만한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며 "북측도 남북대화의 장기간 중단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6.15 정상 선언 5주년이 한달 앞으로 다가와 있다"면서 "북측 입장에서도 6.15 정신을 살려나가기 위해서도 대화를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는 북측이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당국간 실무회담을 전격 제의해 오자 비상연락망을 가동하는 등 긴박한 모습을 보였다. 정동영(鄭東泳) 장관은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으로 이봉조(李鳳朝) 차관 등 회담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해 회담에 즉각 응하기로 하는 한편 회담 대책을 숙의하는 등 본격적인 회담 대비체제를 가동했으며, 남북 판문점 연락관 접촉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날 모처에서 방한 중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긴급 회동, 북측의 제의 내용을 설명하고, 6자회담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정부는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에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내용을 직접 설명했으며 미국 등 관련국들에게도 외교채널을 통해 즉시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지일우.정준영 기자 ciw@yna.co.kr princ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