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9일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더욱이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이 지난해 8월31일 유전사업 추진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청와대가 사업추진 사실을 인지하고도 막지 않았을 개연성이 제기되면서 수사의 칼날은 청와대 쪽으로까지 미치게 됐다. ▲검찰, 이 의원 소환 임박= 검찰은 이날 이 의원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기 이전까지 이 의원에 대한 수사계획 등과 관련해 극도로 신중한 입장이었다. 검찰은 그 간 부동산개발업체인 하이앤드 대표 전대월(구속)씨를 석유전문가 허문석씨에게 연결해 준 역할 외에 이번 사건과 이 의원을 연결할 뚜렷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해 지난달 12일 수사착수 이후 압수수색 및 계좌추적 대상에서도 이 의원을 제외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전씨가 이 의원의 측근인사인 지모씨에게 지난해 총선을 전후해 8천만원을 건넸다는 전씨 진술을 확보하고 지씨를 9일 전격 체포하면서 이 의원 관련 의혹에 다가설 결정적 계기가 마련되자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전씨가 이 의원 측에 금품을 건넨 시기는 유전사업 관련 논의가 있기 전이지만 이 돈을 빌미로 전씨가 이 의원에게 접근했을 수 있고, 또 사업추진과정에서 이의원에게 모종의 도움을 청했을 개연성이 있는 만큼 불법자금 8천만원과 유전사업은 완전히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검찰은 지씨를 상대로 금품수수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돈을 이 의원에게 전달했는지 여부, 이 의원 선거캠프의 선거자금으로 썼는지 여부를 면밀히 규명할 방침이다. 만약 지씨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고 비록 이 의원이 전혀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이 의원이 금품수수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이 의원은 유전사업과 관계없이 그 자체로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후원회 계좌 등을 살펴봐도 지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일체 없었다"며 금품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지씨에 대한 조사가 10~11일께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주말쯤 이 의원을 소환,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유전사업 개입여부=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이 지난해 8월31일 청와대를 방문, 산업정책비서관실의 김모 행정관에게 유전사업에 대해 보고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청와대 관련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왕씨가 철도공사 안에서 누구의 지시를 받아 김씨에게 어느 정도까지 보고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러시아 알파-에코사(社)와 유전인수 계약을 체결(2004년 9월3일)하기 불과 사흘 전에 보고를 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청와대측은 "왕씨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청와대 행정관 김씨를 사전 예고없이 찾아와 유전인수 사업을 포함한 수십개의 철도청 사업내용을 15분 가량 설명한 것이며 김씨는 이를 상사인 산업정책비서관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시 말해 청와대는 왕씨의 보고가 비공식적·비구체적이었기에 정식 보고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이지만 사실인지 여부는 검찰수사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4월30일 왕씨의 청와대 출입사실 확인 기록과 보고문건 등을 자진해서 검찰에 제출할 만큼 `떳떳하다'는 입장이나 검찰은 철도공사 압수수색을 통해 일찌감치 왕씨의 청와대 출입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혀 청와대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검찰은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한 청와대 김 행정관에 대한 조사를 통해 유전사업 관련 보고가 청와대 어느 선까지 올라갔는지를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철도공사가 유전사업을 진행중인 사실을 청와대 고위층이 알고 있었다면 철도공사가 사업을 접을 무렵인 지난해 11월에야 뒤늦게 사안을 파악했다는 청와대의 기존 입장이 거짓말이 됨은 물론, 철도공사가 직역과 관계없는 사업에 무모하게 뛰어들기까지 청와대의 `묵인'이 있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