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독.다가구.다세대 주택에 대한 지자체들의 가격공시를 열람.통보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어 주택가격 공시제도의 `공시'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관련 법령은 지자체들이 주택가격을 널리 공시토록 명문화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스스로 이를 어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지자체 세무과장 회의까지 열어 주택가격 부실에 따른 민원 발생 등을 감안해 인터넷 공시를 하지 않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일선 지자체들이 단독.다가구.다세대 주택의 개별 가격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지침을 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몇개월전 건교부가 주재한 전국 지자체 세무과장 회의에서는 주택가격을 인터넷으로 공시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주택가격 조사는 미숙했기 때문에 민원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교부의 의견에 따라 인터넷공시를 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정부의 이런 지침에도 불구하고 2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일괄적으로 개별주택의 가격을 공시했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의 지자체의 경우 주택 소유자들이 개별적으로 통보를 받거나 직접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찾아가 열람하지 않으면 자기 주택의 가격이 얼마로 정해졌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더욱이 다른 지역의 주택과 비교해 제대로 산정됐는지는 더욱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인 인천시 관계자는 "건교부에서 인터넷 공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해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고 전하고 "그러나 서울시가 온라인으로 공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넷 공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시 관계자는 "건교부와 충남도청의 지시에 따라 인터넷 공개는 하지 않고 우편으로 개인들에게 가격을 통보했다"면서 "읍.면.동에 관련 자료를 비치한 만큼 개별 방문이나 전화 문의로 가격을 알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주택가격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 등이 있어 인터넷 공시를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개별 주택가격이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만큼 인터넷 공개를 자제해달라고 일선 경찰서가 요청을 해왔다"면서 "더욱이 주택소유자들 가운데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50%밖에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동산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5조는 `개별주택 가격을 공시하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게시판에 주택가격의 결정에 관한 사항을 게시하여야 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이는 모든 사람이 인지할 수 있도록 공개된 통로를 통해 주택가격을 널리 알려야 된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교부 지침은 개별통지와 읍.면.동사무소 열람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시민들을 위해서는 널리 공개해 시민들이 편하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교부가 감정평가원을 통해 조사한 연립주택의 가격은 공개가 안되고 있는데, 건교부는 이런 업무를 처음 실시하다보니 민원이 많을 것을 우려해 공시를 안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이 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