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통령 산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논의와 관련해 긴급 검사장회의를 소집한 것은 내부적으로 느끼는 위기의식이 심각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사개추위의 형사공판제도 논의가 피고인의 방어권을 강화하는 데 반해 유죄를 입증해야 할 검찰로서는 조직의 힘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에 검찰 수뇌부가 서둘러 회동한 것이다. 사개추위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과 검사를 대등한 당사자로 본다는 `대등 당사자주의'와 조서가 아닌, 법정증언을 근거로 사건의 진실을 파악한다는 `구두변론주의' 및 `공판중심주의'를 기초로 그간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에 따라 사개추위는 이달 15일 열린 `국민의 사법참여' 공청회에서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는 피고인 동의없이 증거로 쓸 수 없고 ▲피고인이 공판 전 수사서류 열람을 신청했는데 검찰이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면 이 서류도 증거로 쓸 수 없으며 ▲공판에서 검찰의 피고인 신문을 폐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런 안(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5월 중 법안을 결론 내야하는 사개추위의 바쁜 일정을 감안하면 최종안에 이 내용이 상당부분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검찰로서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처럼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ㆍ피의자가 혐의를 시인하는 대신 검찰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대부분 피고인이 검찰조서를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므로 검찰조서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피의자 조서를 제외한 다른 증거들을 수집해 제출해야 하는 검찰은 결국 수사 대신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하는 기관으로 전락, 사실상 수사권을 잃게 된다는 게 검찰 수뇌부의 우려다. 특히 사개추위의 이러한 형사재판 개혁 논의는 최근 검찰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급진전됐다는 점에서 검찰의 체감 긴장감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공수처 설립과 검ㆍ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감찰관실의 검사 주요 비위 직접 감찰 등과 맞물려 `검찰 수사권 무력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판중심주의' 등 형사재판 개혁 논의가 법원과 검찰 간 갈등으로 비치는 측면이 강했던 것과 달리 대통령 직속 사개추위의 논의를 검찰에 곱지 않은 시각을 가진 `청와대'라는 변수를 놓고 보면 전혀 새로운 그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 대한 검찰의 공식 설명은 "그간 사개추위 논의내용을 일선 검사장들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이번 기회에 쟁점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며 당장 어떤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개추위 논의에 검찰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싶었다면 사개추위 파견 검사를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굳이 하루 전 통보로 검찰 수뇌부 회의를 소집한 것은 그렇게 간단하게 설명할 성격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이 내부적으로 느끼는 위기감을 공유하고 밖으로는 사개추위의 개혁안에 반대하는 의지를 청와대 등에 강하게 피력하려는 목적으로 검찰 수뇌부 긴급회동이 이뤄진게 아니냐는 관측이 훨씬 설득력이 강해 보인다. 사개추위 논의의 기본 골격은 이미 사개위에서 확정된 내용이고 `공판중심주의'라는 대원칙에 대해서는 검찰도 이견을 달지 않는 상황에서 검찰로서는 재판제도개혁 논의 자체를 반대한다기 보다 이 논의가 자칫 `외부권력의 검찰 장악'으로 비화돼선 안된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