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디오나 DVD로 영화를 볼 때 섹스, 폭력, 거친 언어 등이 나오는 장면을 건너뛰게 해주는 기술을 승인하는 법안이 19일 의회를 통과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 기술이 저작권법에 걸리지 않고 사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이 법안은 이날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졌다. `가족오락 및 저작권법(The Faily Entertainment and Copyright Act)'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이 기술을 채택한 DVD 재생기나 VCR 등을 만드는 업체들이 영화 제작자들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내용을 포함한다. 하원은 이날 구두표결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은 이미 지난 2월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또 극장에서 비디오카메라로 영화를 찍는 것을 연방범죄로 규정하고, 특정 영화나 노래가 상업적으로 개봉되기 전에 이것들을 불법으로 유포시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극장에서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해 영화를 촬영하다가 적발되면 초범의 경우 최대 3년 징역형, 재범의 경우 최대 6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게된다. 이 법안중 가장 논란의 소지가 있는 조항은 욕설이나 폭력, 누드 장면을 자동적으로 건너뛰게 하거나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여과기술이 저작권법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부분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라마 스미스(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은 자녀들이 영화를 볼 때 폭력적인 장면을 건너뛰게 할 수 있는 부모의 자유를 책을 읽을 때 불쾌한 부분을 건너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법안은 그러나 이같은 장면을 없애주는 업체들이 자기 나름대로 편집한 영화들을 판매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스미스 의원은 "이것은 부모들이 자녀들이 텔레비전에서 무엇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지를 결정하도록 해준다"면서 "자녀 기르기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며 부모들은 얻을 수 있는 모든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섹스 및 폭력 장면을 여과하는 기술을 승인하는 조항에는 반대하지만 그 법안의 다른 부분들이 저작권법 침해를 근절하기 위한 것들이기 때문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다이앤 왓슨(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영화 여과 기술의 의도는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영화를 `소독(sanitize)'하자는 것"이라면서 "나는 가족친화적인 오락을 지지하지만 이같은 방법은 영화제작자들의 저작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그들의 예술적 비전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의 비판자들은 이것이 유타주에 기반을 둔 클리어플레이(ClearPlay Inc.)라는 업체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업체는 DVD 재생기에서 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부적절한 장면을 건너뛰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클리어플레이는 수백개 영화들에 사용되는 `여과기(filter)'들을 한달에 4.95달러를 받고 팔고 있다.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은 클리어플레이의 기술이 자기 영화들을 무단으로 편집하는 것이라면서 클리어플레이는 창작노력을 변경시키는데 대한 `면허 요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미국영화감독협회(DGA)는 콜로라도주에서 클리어플레이가 자기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면서 이 업체를 고소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업체의 빌 에이호 사장은 부시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하면 그 소송은 기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