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7개국(G7) 재무회담과 연이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가 끝난 후 선진권이 주도해온 지금의 국제경제 구도가 과연 합당한지에 대한 회의론이 전례없이 강하게 일고 있다. G7 재무회담이 `예상대로' 환율, 유가 및 재정적자, 그리고 부채탕감과 빈곤퇴치에서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아시아, 중남미 및 아프리카의 24개 개도국이 결성해온 G24가 노골적으로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 G24의 아리엘 부이라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G7 재무회담을 겨냥해 내놓은 성명에서 IMF와 세계은행 지배 구조가 "국제경제 실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많은 국가들이 현재의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부이라 총장은 또 미국이 퇴임하는 제임스 울펀슨의 후임으로 폴 울포위츠를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하면서 개도권과 한마디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G24 성명은 "개도권이 IMF와 세계은행의 의사결정 과정에 더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선진권에 의한 `민주적 적자'를 시정하기 위한 확고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재정적자를 비꼬는 표현이다. 그는 아시아가 지난 90년대말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IMF의 지원 여건에 불만이 많았다면서 역내 외환보유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데 이런 배경도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위기가 발생할 경우 자력으로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이라 총장은 "국제 금융이 다자 시스템으로 운용되길 바란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체제로 대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G24가 "기존의 체제 자체를 붕괴시키길 바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개도권의 이런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는 입장을 취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상은 16일 IMF-세계은행 춘계총회 연설에서 "IMF가 표결권과 직결되는 쿼터 배분에서 아시아의 역할 확대를 배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원인이 돼온 미국의 재정적자 축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다니가키의 발언을 분석하면서 IMF내 아시아 출자 지분이 크게 늘어났음을 상기시켰다. 일본, 중국 및 한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이른바 `아세안 플러스 3'의 IMF 쿼터가 모두 합쳐 13%로 지난 60년의 9%에서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대 지분국인 미국의 비율이 17%라고 비교했다. G7의 다른 나라들은 독일이 6%, 영국이 5%, 그리고 일본이 6%로 설명됐다. 반면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3%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번 IMF-세계은행 총회에 불참해 직전 열린 G7 재무회담에 찬물을 끼얹었다. 로이터는 G7 스스로도 맥빠진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유가, 환율 및 재정적자 등 핵심 경제 현안들에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도 그렇지만 회의 모습 역시 결코 생산적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즉 올해 G7 의장국인 영국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공식 만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나 16일의 공식 회담도 4시간이 채 못돼 끝난 점을 지적했다. 또 지난 2월 G7 회동에는 `떠오르는 경제 대국들'인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이 게스트로 초청됐으나 이번에는 모두가 불참한 점도 상기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차제에 아예 G7을 재편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유럽에서 독일, 영국, 프랑스 및 이탈리아가 참여하고 있는 것을 유럽연합(EU) 하나로 묶어 미국-EU-일본-중국의 G4로 바꾸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와 함께 G7 외에 우리나라도 포함돼있는 G20에 유망 신흥경제국을 추가하는 쪽으로 G7을 확대 개편하자는 목소리도 있다고 로이터는 소개했다. 로이터는 "G7의 의기소침이 세계경제 리더십 세대 교체의 필요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