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에서 실컷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어떤 팀에도 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팬들에게 멋진 승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배구 공격수로는 크지 않은 183㎝의 단신임에도 탄력있는 점프력과 위력적인 고공 강타로 소속팀 한국전력의 돌풍을 주도하고 있는 정평호(26)는 요즘 배구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지난해 5월 상무 제대 후 삼성화재로 복귀했지만 라이트 공격수 김세진과 장병철의 그늘에 가려 벤치만 지키다 그 해 10월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배려로 한전으로 둥지를 옮긴 후 프로 원년리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평호는 307득점으로 `거포' 이경수(LG화재.440점)에 이어 부문 2위에 올라 있고 공격 성공률(51.69%)과 이동공격 성공률(77.27%)에선 이경수를 제치고 역시 2위에 랭크돼 있다. 소속팀 한전이 `아마추어 초청팀' 설움을 겪고 있음에도 프로팀의 내로라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활약을 뺨치는 눈부신 성적이다. 정평호는 14일 이경수가 몸담고 있는 LG화재와의 경기에서도 진가가 입증됐다. 마산중앙고 시절 고교배구 쌍벽을 이룬 중앙고 소속이던 이경수와 맞대결에서 지지 않을 만큼 치열한 경쟁 관계를 이뤘던 둘은 양팀 간판 공격수로 나섰으나 정평호의 알토란같은 활약이 더욱 돋보였다. 이경수는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28점을 몰아치며 맹활약했지만 세트스코어 2-2로 균형을 맞춘 최종 5세트 15-16에서 강한 스파이크가 정평호의 철벽 블로킹에 막혀 결국 정평호가 이끈 한국전력이 승리한 것. 정평호는 2개의 블로킹과 함께 18점을 뽑아 심연섭(21점)과 함께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정평호와 서울시청 해체 후 갈 곳이 없었던 김상기, 30대의 심연섭, 이병희 등으로 이뤄져 외인부대 한전은 정평호가 있었기에 쾌조의 3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25일 첫 월급을 받는 정평호는 "삼성화재 때 토스볼 100개를 치고도 힘이 남아 세터에게 부탁, 연습을 더 했는데 벤치만 지키니 몸이 근질근질해 한전으로 옮겼다. 평생 직장 자부심도 크고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공정배 한전 감독은 "정평호는 크지 않은 키에도 공격 파워와 탄력이 탁월하다. 노련미를 곁들인다면 최고의 선수로 손색이 없다"고 칭찬한 뒤 3연승 여세를 몰아 남은 경기에서도 파워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