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3.2%, 기관 -2.8%, 개인 -13.2%.' 지난 3월초 이후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성적표다. 투자주체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을 보면 외국인이 기관과 개인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선을 돌파했다가 조정에 들어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지만 외국인은 여전히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일부 우량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전략 덕분이다. 외국인과는 달리 기관투자가들은 프로그램 매매에 의존,시황을 좇는 전략을 구사한 까닭에 수익률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경우 바닥을 확인하지 못한 채 저가 매수에 나서는 고질병을 드러냈다는 평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약세장일 경우 정보와 분석기법에서 앞서는 외국인을 따라하는 것이 아직도 유효한 전략이라는 게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종목 선택이 다르다 3월 초 이후 외국인 순매수 종목의 특징은 종목 선택의 기준이 '실적'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강원랜드 현대미포조선 S-Oil 현대모비스 등은 기관과 개인의 순매수 상위 리스트에 없는 종목들이다. 이들은 실적 호전을 재료로 이미 작년부터 주가가 크게 올랐다.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이들 종목을 사들였다는 것은 주가 수준이나 시황에 관계없이 오로지 실적을 기준으로 매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추정이나 가정이 아니라,'이렇게 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나타나는 종목을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관의 매매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LG전자 등이 상위에 포진해 있다. 적극적인 종목 발굴보다는 프로그램 위주의 매매전략을 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은 여전히 투자가 아닌 '베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삼성SDI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IT(정보기술)주와 포스코 동국제강 INI스틸 등 철강주가 순매수 상위 리스트를 꽉 채우고 있다. IT주는 경기 저점 논쟁이 붙어 있어 외국인의 집중 포화를 맞았지만,개인은 곧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로 외국인 매물을 몽땅 받아들였다. 또 철강주 역시 하반기 철강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았지만 개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삼성증권 오 연구위원은 "개인들이 만일 이들 종목을 사서 장기 보유한다면 승산이 있지만 단타에 익숙해져 있어 곧바로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확한 분석 없이 감으로 주식을 사는 투자자가 여전히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유효한 '외국인 따라하기' 외국인은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매도세력으로 등장했다. 20일 연속해서 주식을 팔기도 했다. 최근 소폭 매수를 보이다 다시 매도 우위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하지만 실속을 챙길 것은 다 챙긴다. 지난 3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 상위 5위에 오른 현대미포조선은 23%,3위와 8위인 강원랜드와 S-Oil은 13% 올랐다. 공모를 통해 대량으로 물량을 받은 CJ CGV를 제외하면 대부분 올랐다. 떨어졌어도 낙폭이 2∼4% 수준이다. 반면 개인은 상위 10개 순매수 종목 중 삼성전자만 0.2% 올랐을 뿐 모조리 떨어졌다. 동국제강은 22%,삼성SDI는 19% 하락했다. 한화증권 이 센터장은 "철강주는 고점에서 샀고,IT주는 저점을 미리 예단하고 매수한 것"이라며 "정확한 분석이나 예측능력이 떨어지는 개인들은 외국인의 매매를 따라하는 게 수익률을 안전하게 높이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