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 < 준미디어 대표 > 우리에게 독도 문제가 있다면 일본에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제도 문제가 있다. 우리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 대해 일일이 얼굴을 붉힌다면,일본은 센카쿠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을 냉정하게 무시한다. 작년 3월 중국인 7명이 센카쿠에 무단 상륙했을 때 일본은 곧바로 중국으로 추방해 버리고 일본 우익단체의 대항 상륙도 원천 봉쇄했다. 뿐아니라 센카쿠가 일본 영토임을 재확인하는 국회 본회의 결의안 추진도 중지시켰다. 그 이유는 이미 일본이 '실효적 지배(effective occupation)'를 하고 있는 센카쿠에서 소란이 일어날수록 영유권 분쟁이 있다는 인상을 주어 중국을 유리하게 해줄 뿐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중국에 멍석 깔아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사실 지구상 영토 분쟁을 살펴보면 워낙 역사가 오래 되고 얽히고 설켜 제3자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점령한 측에서 볼 때는 그저 조용하게 묻어두는 게 상책이다. 일본으로부터 북방 4개 섬(쿠릴열도) 반환을 요구받는 러시아가 슬그머니 피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독도 문제에 있어서 한국은 정반대로 행동했다. 무인도도 아니라 태극기 휘날리며 우리 경비대까지 주둔한 확실한 우리 영토인 데도 불구하고 마치 땅을 빼앗긴 측처럼 흥분했다. 과거에는 국민들이 흥분해도 (당연한 것이지만) 정부는 일본을 향해 '무시' 정책으로 일관했는데 이번에는 대통령까지 나서 '외교전쟁 불사' 등의 거센 반응을 보였고 방한한 미 국무장관에게 장황한 '설명'까지 했다. 아마 이 대목쯤에서 일본 우익은 '간빠이(乾杯)'를 외쳤을 것이다. 지난 2월 주한 일본대사의 망언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가 한달도 안돼 한국 정부의 예상치 않던(?) 화끈한 대응에 힘입어 국내외적 공론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 됐다. 덕분에 일본 여론은 후끈 달아 대서특필하고 잘 몰랐던 일본인들도 "아 독도가 일본 땅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일 자위대 정찰기나 신문사 항공기가 공공연히 독도 인근을 비행하고, 이제 일본 외교관들은 워싱턴 포스트지 등 외국 언론에 마음놓고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현직 각료(문부상)는 이를 교과서에 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 모든 정황의 변화는 불과 10개월 전 일본의 한 우익단체가 독도 상륙을 시도하겠다고 해프닝을 벌일 때 일본 주요 언론이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던 때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아마도 일본의 다음 수순은 한국 내 열띤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쯤 우익 운동권 청년들을 시켜 독도 상륙을 시도하는 해프닝을 벌여 전세계에 독도 분쟁의 고착화를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흥분할수록 그들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은 이제 독도 문제를 '국내외에서의 식민잔재 청산'과 연결시켰다. 이제 싫든 좋든 독도의 상징성은 점점 커지면서 결과적으로 한국의 아킬레스건(腱)이 돼가고 있다. 일본 의도대로 국제분쟁지역으로 공론화돼 감은 물론 만약 일본이 한국 내 분열을 유도하려거나, 기를 시험해 보려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독도'라는 민감한 뇌관을 건드리면 된다. 이미 한국 내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친일파 청산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현 정부는 이제 와서 물러날 수도 없다. 자칫 교활한 일본에 더 휘말려들까 우려도 든다. 지금이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구한말 일본 침략의 전주곡이 된 강화도 조약(1876년)도 일본의 시비가 발단이 돼 강압 체결로 이어졌다. 1982년 아르헨티나와 영국간 포클랜드 분쟁은 냉혹한 국제 현실을 보여준다. 아르헨티나에서 불과 4백80km 떨어진 포클랜드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아르헨티나의 영유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할 법도 한데 당시 국제 사회는 1만3천km 떨어진 영국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의 힘과 국제적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jmedia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