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가 일어난 지 3년 반이 되는 지금 할리우드와 방송계에서 이를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 제작 움직임이 표면화되고있다. 연예전문 데일리 버라이어티지는 최근 콜럼비아영화사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건물 폭탄 테러 사건을 파헤친 신간 "102분"의 영화화 판권 협상에서 진전을 보고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 기자 짐 드와이어와 케빈 플린의 공저인 이 책은 당시 상황을 둘러싼 영웅적 행동과 부적절한 대처 등 폭넓은 시각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화재에 견딜 수 있는 비상계단이 없었고 경찰과소방관들이 서로 영역 다툼을 벌이는 한편에서는 보통 시민들이 거의 1만2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붕괴 직전의 이 건물에서 대피시키려 영웅적 구조활동을 펼쳤다는 식이다. 책 제목 "102분"은 무역센터 건물에 첫 비행기가 충돌한 당일 아침 8시46분부터건물이 붕괴된 10시28분까지의 시간을 의미한다. 지난 1월에는 알 카에다의 테러리스트 양성소에서 성장한 압두라크만 카드르라는 인물이 자신의 일생을 영화화하는 권리를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에게 팔기도 했다. 21세인 카드르는 아버지가 오사마 빈 라덴의 측근이었던 관계로 테러리스트 양성소에서 자랐으나 점차 환멸을 느껴 탈출하고 결국 미 중앙정보국(CIA)의 정보원으로 일하게된 곡절 많은 인생 경로의 소유자이다. 이외에도 아카데미상을 따낸 제작자 브라이언 그레이저와 NBC유니버설은 9.11조사위 보고서를 토대로 한 8시간 짜리 미니시리즈 제작에 합의했으며 ABC방송도 비슷한 작품을 추진 중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 연예 산업이 9.11 테러나 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을 피해 왔던 데 비하면 뚜렷한 변화다. 할리우드는 이제 미국민들이 악몽 같던 당시 상황을 다시 겪는 듯한 느낌 없이이들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믿고있다. 스튜디오경영자들은 9.11 조사위 보고서의 발표나 대통령 선거의 실시,마이클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의 성공 등이 이같은 믿음의 바탕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끔찍한 날 이후 3년 반이 지났고 이후 미국에서 그같은 공격이 없었다"고상기시킨 한 경영자는 "사람들의 기억은 짧고 시간은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dpa=연합뉴스) maroon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