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브랑코 16번가.


인근 코파카바나 해변을 가득 메운 반라의 피서 인파와 달리 이곳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말끔한 정장 차림의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 곳에 자리잡은 브라질 석유청(ANP)이 매년 한 차례씩 실시하는 원유광구 개발권 입찰을 앞두고 최근 입찰요강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석유개발업체의 직원들은 이 곳과 인근 사무실은 물론 노천 카페에까지 자리를 잡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느라 분주하다.



"이번엔 2003년 5차 입찰에 불참했던 셰브론텍사코 엑슨모빌 BP 등 메이저 업체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만큼 몸이 달았다는 얘기겠지요."(밀톤 프랑케 ANP 유전관리국장)


창문 너머로 ANP 자료집을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프랑케 국장은 "40개가 넘는 외국계 석유업체들이 이 곳에 와 있다"고 귀띔했다.



브라질은 1999년 유전 개발권을 해외 업체에도 개방했지만 한때 58개에 달했던 입찰 희망업체는 2003년 18개사로 줄었다.


돈 되는 광구는 브라질이 직접 캐내고 탐사가 어려운 곳만 개방한 데 따른 결과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탐사지역을 소규모로 쪼개 분양하기 시작한 데다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자 석유 개발업자들이 앞다퉈 몰려들기 시작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최대 번화가인 코파카바나 해변가 고층빌딩 숲.주요 석유업체들이 줄지어 입주하고 있는 곳이다.


미국계 데본(Devon)사의 무릴로 마로큄 브라질지사 사장은 "입찰이 10개월이나 남았지만 탐색전은 이미 시작됐다"며 "메이저들과의 경쟁이 벅차긴 하지만 더이상 특정 회사가 세계를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미얀마 북서쪽 벵골만 해상의 'A-1' 광구.


길이 1백m에 달하는 시추선이 불을 훤히 밝힌 채 해저 3천2백m 아래로 탐사정을 뚫고 있다.


지름 1m 드릴이 굉음을 내며 해저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6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이 광구는 지난해 초 가스 매장이 확인되면서 지금은 가채매장량을 확인하는 중이다.


탐사 책임자인 빌 호그 드릴링 매니저는 "닻을 내리고 탐사에 들어간 지 보름이 지났는데 조짐이 좋다.


반드시 '황금'을 캘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해상에는 이곳 말고도 수척의 시추선이 밤바다를 밝히고 있다.


A-1광구의 매장추정량이 4조입방피트 이상일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국이 탐사경쟁에 뛰어든 것.


미얀마 에너지성의 우소민 국장은 "미얀마 남쪽 해상의 18개 해상 광구 가운데 3개를 제외하고 모두 계약이 이뤄졌다"면서 "북서부 해상은 일본과 중국 회사들이 광구권을 노리고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석유매장량은 1조1천4백77억배럴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향후 41년간 캐낼 수 있는 물량이지요.


구리는 34년,니켈은 49년에 불과합니다."


칠레 광업부에서 만난 토머스 아스토가 슈나이더 국제담당국장은 "매장 자원이 한계가 있는 데다 가격 또한 폭등하면서 세계 각국이 '생존 경쟁' 차원을 넘어선 광구 확보 전쟁을 펼치고 있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개발권을 내줄지 모르겠지만 외국인 투자라도 대규모 프로젝트가 아니면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자바레타 바가스 페루 에너지광업부 부국장도 "중국과 인도 등의 수요증가로 앞으로도 에너지나 광물 소비가 60% 정도 급증할 것"이라며 "지금 가격은 오히려 싸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 전쟁의 전선엔 끝이 없다.


포성은 중국 아프리카 중남미 등 기존 지역은 물론 사할린 카자흐스탄 등 세계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자원 시장 선점전도 치열하다.


1백억달러를 들여 남미에서 자원 개발에 나서기로 한 중국은 최근 해외 탄광을 여럿 보유한 캐나다 광산업체 노란데(Noranda)를 통째로 인수했다.


일본도 아프리카 주요 산유국에 대한 10억달러의 무상원조와 30억달러 부채탕감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자원 확보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원을 확보하려는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SK㈜ LG상사 등은 전세계 25곳의 지분참여를 통해 석유·가스를 생산하고 있고 8곳에서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탐사 작업을 진행 중인 곳도 24곳에 이른다.


포스코 한국전력 등의 광물자원 확보 노력도 활발하다.


"이젠 어느 나라가 더 많은 자원을 보유했느냐보다 어느 나라가 더 많은 개발권을 확보했느냐가 '자원 강국'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의 호세치 베트남 지사장은 막대한 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들까지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정태웅 기자.미얀마=류시훈 기자 redael@hankyung.com



<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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