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출자구조 매트릭스'를 공개한데 대해 '재벌때리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와 삼성, 현대차를 비롯한대기업 관계자들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한 공개인가"라며 기업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반기업정서만 자극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경련 이승철 상무는 "정부가 주식회사의 소유.지배구조에 개입하려는 것은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대단히 높다"면서 "시장경제원리와 자유기업주의 비춰 대폭 손질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또 "공정위가 외환위기 직전까지 (총수 일가의) 소유집중이 높은 것을 문제삼다 이제는 소유분산을 문제시하는 것은 스스로 과거정책을 뒤집는 것"이라면서 "정부정책의 신뢰성 측면에서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경련의 또다른 관계자는 "출자구조 매트릭스 공개와 관련된 헌법소원, 행정소송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회원사들의 의견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전경련이이해당사자로부터 위임을 받지않는 한 소송을 낼 수 없어 실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 이경상 팀장은 "총수일가가 경영권을 악용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소유지배구조를 문제삼아 출자구조 매트릭스를 공개한 것은 괜한 갈등만 일으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정부 정책이라면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부작용만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긍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그룹을 제외하곤 대부분 공정위의 출자 매트릭스 공개에 대해 불만과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다고 보며 외국에서도 그사례를 찾아 볼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으며, 현대차 관계자는 "이렇게 친인척 소유지분까지 낱낱이 공개됨으로써 혹여라도 적대적 인수합병(M&A) 기도가 있을 때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SK그룹도 "현재 대기업 소유구조는 과거 성장기의 경제발전을 위해 불가피했던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소유구조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를 일시에 모두 바꾸기에는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해 기업들이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시정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LG그룹은 "작년 4월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선진 기업지배 구조를 갖춤으로써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 투명화했다"며 "대주주 일가가 지주회사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외국자본에 의한 자회사 인수합병(M&A) 우려도 없어졌다"고 비교적느긋한 입장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보면 지분이 2%를 넘지못하면서 대기업을 호령하는 총수들이 얼마나 비양심적으로 비춰지겠는가"라면서 "소유지분 구조에 매달리기보다는 기업이 얼마나 경쟁력을 갖고 경영을 해나가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