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전야인 24일 밤 미국의 상가 뿐아니라 일반 가정집도 마당과 지붕처마, 집앞 나무에 수백개의 꼬마 전구로 불을 밝힌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물로 환했다. 미국인들의 전등 크리스마스 장식 유행은 해가 갈수록 확산돼 올해는 물경 80억달러가 집 안팎에 다는 크리스마스 장식물에 쓰일 것으로 미 언론은 추산했다. 부시 대통령이 선포한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전 연장전을 치르고 있는 `전시'미국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일어난 유조 탱커 폭파 사건에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CNN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라크 주둔 미군과 미국내 가족을 화상으로 연결해주는 특별방송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휴가중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 등에게 전화를걸어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하며 격려하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이라크를 깜짝 방문, 장병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시' 풍경과 별개로, 이날 워싱턴 시내와 인근 상가엔 끝까지미뤄뒀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는 막판 쇼핑객들로 매장이 만원을 이루고 주차전쟁이 벌어졌다. 크리스마스를 포함해 연말 경기에 기대를 걸었던 소매업계가 기대에 못 미친 매출로 울상인 가운데 CNN은 이날 막판 세일 쇼핑 기회에 고객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인이 많이 사는 워싱턴 인근 애넌데일 K마트의 한 패션 소품 코너엔귀걸이, 목걸이 등 저가 선물용 상품이 거의 동난 상태였으며, 유명 상가인 타이슨스 코너에도 고객이 몰려 드넓은 주차장이 주차난을 겪었다. 미국 방송들이 "수백만명이 오늘 막판 쇼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하는 가운데 한 40대 여성은 "크리스마스 이후 26일부터 시작되는 `떨이 세일' 때 더싼값에 선물을 사기 위해 아이들에게 `올해는 산타클로스가 돌 데가 많아 좀 늦게온다더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파안대소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가 `세일'과 `쇼핑' 기회로만 부각되는 때문인지, 지난 대선에서 정치적 힘을 과시한 기독교 보수 단체들은 "미국의 크리스마스에서 `예수'가 사라지고점점 세속화되는 등 크리스마스와 기독교가 위협받고 있다"고 아우성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들이 밀었던 조지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도 백악관 웹사이트나 크리스마스 장식물, 부시 대통령의 크리스마스 카드에 예수를 비롯해기독교 관련 언급이 없다는 점을 들어 비난하고 있다는 것. 이 신문은 그러나 기독교 보수 단체들의 이같은 아우성은 성금 모금을 위한 엄살에 불과하다는 반박도 함께 소개했다. 다만 다양한 인종과 종교, 문화가 섞여 있는 사회인 미국에선 최근 각종 공적,사적 행사 등에서 기독교 종교적 색채를 희석시키려는 노력 때문에 이맘 때 주고받는 인사만 해도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 대신 종교 색채를 뺀 `해피 홀리데이'라는 인사가 과거보다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미 캠프 데이비드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의 관공서와 대부분의 민간 기업도 크리스마스가 휴무일인 토요일인 점을 감안, 대체휴일인 24일부터 3일 연휴에 들어갔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