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내 달러표시 자산 순매수 규모가 1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달러약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해외 투자자들이 달러표시 자산을 팔아 치우고 유로화 등 다른 통화표시 자산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금융자산 갈아타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역으로 달러가치 하락세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들어 '일시적 상승세'를 보였던 미 달러가치는 1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또다시 급락세로 반전,하룻동안 1엔 이상 떨어지며 달러당 1백4엔 초반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달러가치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유로당 1.3404달러까지 하락,지난 3일 기록한 사상 최저치(유로당 1.3461달러)를 위협했다. ◆해외자본,미국으로 안 간다=미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중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내 금융자산 순매수 규모는 4백81억달러로,전달 대비 무려 1백94억달러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2백75억달러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며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5백억∼7백30억달러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뱅크오브뉴욕의 사이먼 데릭 외환전략가는 "10월 해외자본 순유입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는 예상했지만 5백억달러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며 "달러약세가 어쩔 수 없는 대세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매월 사상 최고치(10월 5백50억달러)를 경신하고 있지만 이를 보전할 만큼의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월가에서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월간 해외자본 순유입 규모가 6백억달러를 밑돌 경우 달러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의 무역 적자를 보전해 주는 데 지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이후 달러가치는 본격적인 급락세에 접어들었다. ◆미국,'강한 달러 정책' 거듭 천명=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5일 최근의 달러약세 기조와 관련,"미국 정부는 강한 달러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만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적자 문제를 다룰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할 것"이라며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달러를 매입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FRB도 지난 14일 또다시 금리를 인상해 달러와 유로화 간 상대적 통화가치를 의식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존 스노 재무장관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표방해온 강한 달러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며 "부시 대통령도 무역적자 감축 등 달러가치를 떠받치는 일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