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선 부정에 항의하는 17일간의 '오렌지 혁명'이 재투표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면서 러시아, 벨로루시 등 인근 국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위가 열렸던 키예프의 '독립광장'에는 우크라이나인들만이 아니라 러시아와벨로루시 시민들도 동참했는데 이들이 고국에 건너가 자국의 독재에 저항하는 시위에 나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일 모스크바에서는 시민 300여명이 오렌지 깃발을 흔들며 반(反)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처럼 국민들에게 거짓말만한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했다. 일간 코메르산트는 11일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의 상징 색깔인 오렌지 색 풍선과 피켓을 들고 '체첸 전쟁 반대', '자유와 사회 정의!' 등을 외쳤다고 보도했다.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도 최근 러시아 남부 볼고그라드에서 있은 주지사 선거에서 오렌지색 목도리를 두른 젊은 청년들이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건물을 봉쇄하고 오렌지를 던지는 등 우크라이나 시위와 유사한 행동을 했다고 전했다. 키예프에서 시위에 직접 참가했던 우익 정당 '야블로코'의 일리야 야신 의원은 "오렌지 혁명이 러시아인들에게 아직 체계화되지 않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면서"러시아에도 반(反)정부 소규모 학생그룹이 조직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3기 연임을 허용하는 국민투표를 치렀던 벨로루시에서도 시민 혁명의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다. 벨로루시 학생운동 단체인 '주브르'소속의 학생은 "많은 벨로루시인들이 이번시위에 동참했다"면서 "오렌지 혁명은 벨로루시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일깨웠다"고말했다. 당시 벨로루시 젊은이들은 시위 현장에서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벨로루시!"를 외쳤다. 민스크 사회경제연구소장인 올레그 마나예프는 "루카셴코의 지지도는 계속 하락하고 있는 만큼 상황 변화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학생 조직인 '포라(우크라이나어로 '~할때')'는 이번 시위를 체계적으로 이끌었으며 이들은 지난 2000년 10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을축출하는데 기여했던 세르비야 학생 조직인 '오트포르(저항)'의 지도를 받아왔다. 이로 인해 러시아와 벨로루시의 학생들도 반정부 투쟁을 위해 이들 단체와의 국제적인 연대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