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이어 미국과도 쌀시장 관세화 유예조치를 연장하기 위한 7차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정부는 연말까지 이들 국가와 후속 실무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는 있지만 더이상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에 대비,관세부과 방식으로 쌀시장을 전면 개방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25일 농림부 당국자는 "쌀협상이 최종 결렬될 것에 대비해 쌀 수입 제한조치를 취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과 수입쌀에 부과할 적정 관세율 산정 등 관세화를 통한 쌀시장 개방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난항 거듭하는 쌀협상 정부는 지금까지 미국 중국 등 9개국과 수십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중국 미국과는 각각 7차례,태국과는 5차례나 만났다. 그러나 쌀시장 전면개방을 또다시 유예하는 대신 보장해야 할 최소수입의무물량(MMA) 비율을 놓고 주요국들과 더이상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실무협상에서 MMA를 올해의 4%(1988∼90년 국내 소비량 기준)에서 10년 뒤 8%까지 늘리고,수입쌀의 75%를 시판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중국측도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실무협상에서 관세화 유예 연장 기간 및 쌀수입 확대 규모 등에 대해서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부는 그러나 쌀시장을 고율 관세 부과를 통해 전면 개방할 경우 연간 수입량이 7.5%를 넘지 않을 것으로 판단,그 이상을 MMA로 보장하느니 일본처럼 전면 개방하는 쪽이 낫다는 입장이다. ◆속도 내는 쌀시장 개방준비 쌀협상이 최종 결렬돼 내년부터 관세 부과 방식으로 시장을 개방할 경우 우선 쌀 수입제한 조치 규정인 양곡관리법 12조를 개정해야 한다. 쌀 수입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대신 국내외 쌀가격차를 반영해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관세율은 국내외 가격차 등을 감안,4백∼5백% 수준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보고하고 승인받아야 한다. WTO 회원국들이 관세율 등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제소할 수 있게 돼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쌀시장 개방되면 당장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게 정부의 진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입쌀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기 때문에 쌀 수출국들의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고율 관세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현재 진행중인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에서 선진국들은 농산물 수입국들이 부과하는 고율관세를 점차 낮추도록 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또 쌀과 관련해선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있는 한국이 그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 만약 한국이 '선진국'으로 재분류되면 관세와 보조금 허용한도가 대폭 삭감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