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가치가 연일 급락하고 있지만 G7(선진 7개국) 국가들은 이해 관계 조정에 실패,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간 '환율 불협화음'이 커져 새로운 형태의 외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CBS마켓워치는 24일 "그동안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G7은 환율 문제에 대한 갈등을 조정할 능력을 상실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워싱턴 소재 국제경제연구소(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달러가치 하락의 속도는 중국의 판단 여부에 달려 있다"며 "중국이 유연한 환율 시스템 도입을 계속 거부할 경우 달러가치는 유로당 2달러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7,사실상 속수무책 미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 달러가치가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이를 방지할 대응 방안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약달러'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반면 유럽 국가들은 자국 수출산업이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을 우려,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의 해법은 정부 지출을 줄이면서 저축률을 높이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미국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외환분석(FEA)의 데이비드 길모어 이사는 "분열된 G7은 외환시장에 변동성을 가중시켜 달러 매도를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환율 전쟁의 핵심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도 고조되고 있다. 리뤄구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경제 내부 문제의 책임을 다른 나라에 돌리려 하고 있다"며 "중국이 유연한 환율제로 이행하도록 압력을 가하면 가할수록 이 같은 소망이 성사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 부총재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외환시장에서는 미·중 경제협력 관계가 끝난 것이라는 극단적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CBS마켓워치는 "지난 1987년 미국과 독일은 금리인상 문제로 마찰을 빚었으며 갈등은 미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져 결국 '블랙 먼데이' 증시 폭락을 촉발시켰다"며 "환율 논쟁으로 새로운 경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열쇠를 쥐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멈추려면 중국이 환율제 변경 등 가시적인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간 1천5백억달러에 달하는 대중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환율뿐 아니라 무역보복 등 정치적 수단도 동원할 것"이라며 "이제는 중국이 반응을 보일 차례"라고 주장했다. 버그스텐 IIE 소장은 "일부 국가들이 자국 통화 평가절상에 대해 불평하고 있지만 아직 외환시장이나 어느 국가 경제에도 큰 영향이 미치지 않고 있다"며 "달러 약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유연한 환율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달러가치가 유로당 1.4∼1.5달러까지만 하락할 것이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 2달러까지 곤두박질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