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식 이레전자 대표 ceo@erae.com > 어제는 임원 부인들이 직원들에게 줄 김장 담그는 곳에 다녀왔다고 한다. 배추 품질도 보고 양념도 순수 국산인지 확인하고 시식까지 하고 왔다고 한다. 벌써 8년이 지났지만 '금치'에 대한 그날의 기억이 새롭다. 어느날 바쁘게 출근하는 필자에게 아내가 김장 문제로 바가지를 긁은 적이 있었다. 배추값이 너무 비싸서 '금치'라느니,양념 값도 올랐다느니…. 아침부터 곤욕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회사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필자만의 문제가 아닌 듯했다. 결혼한 직원들이 모두 나처럼 바가지 긁히고 출근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직원들의 축 처진 어깨가 눈에 선했다. 특히 주부 사원들이 김장문제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도무지 일손이 잡히질 않았다. 한창 바쁜 연말에 많은 주부 사원들이 김장철만 되면 번갈아 가며 결근을 할 수밖에 없어 회사도 손해고 직원들 또한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가 모든 임직원들의 김장을 회사가 대신 해준다면 만사가 해결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바로 실천에 옮겼다. 그렇게 해서 직원에게 처음으로 김장 김치를 나누어 주던 날,다들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렇게 시작된 김장 담가주기가 올해로 8년째를 맞았다. 올해는 1천여명이 넘는 이레전자 가족들에게 나눠줄 양으로 60t이나 되는 김장을 담그기로 했다. 회사가 각 가정의 작은 일을 도와줌으로써 시간과 경비 절감 차원에서 경제적이다. 집에서 정성스레 담근 것같이 맛깔스러워 직원들의 부모님들이 더 좋아하신다고 한다. 딸과 아들이 다니는 회사에서 한겨울을 넉넉히 보낼 김장을 대신해준다고 여간 자랑이 아니시란다. 올 겨울 김장은 1억5천만원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지만,직원들의 기쁨은 그 비용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다가오기에 마음이 한결 푸근해짐을 느낀다. 회사는 요즘도 너무 바빠서 공휴일에도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뭘 해줘야 할지,필자는 오늘도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많은 회사들이 고객 만족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지만 직원 만족없는 고객 만족은 없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고객에게도 감동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