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진 큰 딸과 친부모를 모르는 작은 딸이서로 아픔을 보듬어 안아주는 모습을 보면 입양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전국의 입양가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5차 전국 입양가족대회' 특별공연 순서에서는 객석의 박수 갈채가 터져 나왔다. 한쪽 팔만으로 트럼펫을 든 최정원(15)양과 고사리같은 손을 그랜드 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 놓은 최현빈(7)양이 멋진 앙상블로 `어머니 은혜'를 연주했던 것. 지난 1999년 10월 동네에서 대형 트럭에 깔려 팔과 다리가 으스러지는 사고를당했던 정원양은 중환자실에서 1년간 치료를 받은 뒤 한쪽 팔을 잃고 다리마저 절게된 지체장애 2급 학생 . 둘도 없는 동생 현빈 양은 같은 해 5월 대한사회복지회로부터 양부모인 최용식(41.회사원).박순희(42) 부부 집으로 입양됐다. 다친 한쪽 다리가 자라지 않아 매년 뼈를 늘려주는 고통스런 수술을 받아야 하는 큰 딸과 조금씩 커가면서 "난 왜 언니처럼 엄마 뱃속에서 안 나왔어?"라고 물으며 불안해 하는 작은 딸을 바라보면서 최씨 부부는 근심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부부가 선택한 해결책은 두 딸을 사랑과 진심으로 대하는 것 . 정원양에게는 항상 병원을 함께 가고 장애인 차별이 없기로 유명한 뉴질랜드 등지를 여행시켜 줬고, 현빈양에게는 비밀없이 입양 사실을 말해주면서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돼서 함께 친엄마를 찾자"고 격려해줬다. 최씨 부부의 따뜻한 정성으로 두 딸의 표정은 점차 밝아졌고 친자매 못지 않게서로의 아픔을 감싸주는 사이가 됐다. 부부는 "장애를 겪다보니 친구가 별로 없던 정원이를 생각해 입양을 결심하게됐지만 현빈이에게 태생의 비밀을 알렸던 것은 모험이었다"면서 "그러나 이젠 둘 모두 자신의 처지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대회를 주최한 한국입양홍보회 한연희(47.여) 대표는 "과거엔 입양아들의 심리적 고통과 주위의 시선 등을 피하기 위해 비밀입양이 권장돼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그 결과 양부모와 갈등하고 입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입양 사실을 공개하고 함께 고민을 해결하면서 주변의 다른 입양가족과도 정보를 나누면 오히려 문제가 풀린다"면서 "아름답고 의미있는 입양을 양성화시키는 것은 해외 입양이 많았던 부끄러운 과거도 극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