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사실상 성공함에따라 북핵 문제는 앞으로도 `불안정한 균형상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거전 과정에서 북핵 해결 노력이 미진하다는 공격에 시달린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이전보다는 활동적인 제스처를 취하겠지만 그간의 의도적인 `방치'에서 크게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6자회담을 통한 대북 압력과 리비아식 해법 추구'라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북핵 교착상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 행정부 내에는 대북 정책과 관련, 크게 두 가지 기류가 있다. 존 볼튼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부차관을 필두로 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주창하는 `봉쇄론'이 그 하나라면, 콜린 파월 국무장관으로 대변되는 `방치론'이다른 하나다. `봉쇄론'은 기본적으로 북한 정권을 `악의 축'으로 간주해 정권교체, 선제공격을 북핵 문제의 해결책인 만큼 북한과 직접협상을 거부하자는 것이다. `방치론'은 북한이 `말썽 국가'(Rogue state)이나 적극적인 정권교체나 군사적조치 추구는 섣부르며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는 논리다. 공화계 보수파가 주류다. 이런 배경에서 부시 행정부는 그간 표면적으로는 대북 강경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한국, 중국 등의 동북아 국가들의 반발과 이라크전을 이유로 북핵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방부, 국방부의 대북라인이 어떻게 짜이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대북정책의 윤곽이 잡힐 것"이라며 "그러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6자회담 틀의 유용성과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 미국과 북한의 견해차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리비아식 해법은 영국의 중재로 핵포기 선언을 한 리비아가 선언 직후 즉각적으로 핵시설 공개 및 포기절차에 돌입한 데 대해 미국은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약속하고 관계정상화와 경제지원으로 화답한 것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이 해법대로 라면 북한은 HEU(고농축우라늄) 문제를 포함한 모든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즉각 실천에 들어가야 문제가 풀린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은 리비아식 해법에 강한 반발을 보여왔고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이 크다. 그간 3차례 개최된 6자회담도 북한은 사실 `마지못해' 참여한 기색이 역력했으며 결국 미국과 `양자회담'으로 풀어야 한다는 게 북측의 속내다. 이에 비해 부시 행정부는 6자회담 자체를 협상의 장(場)으로 활용하기 보다는다자압력수단으로, 또 이를 통한 해결이 가능할 경우 다자보상의 비용을 공동부담하려는 의지를 비쳐왔다. 따라서 향후 북핵 구도는 북한이 어떻게 대응을 할 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기 부시 행정부 4년을 `강 대 강'으로 싸울지 아니면 현실을 인정하고 `타협'을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리 전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자의 경우, 우선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 핵실험, 핵보유 선언 등 극단적인조치를 취하고 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대북 봉쇄강화, 유엔 안보리 회부, 선제공격 등 극단적 조치를 취할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지만 이로 인한 타격이 북-미양측 모두 심대하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전봉근 평화협력원 원장은 "북한은 빌 클린턴 정부 당시에는 벼랑끝 전술로 위기를 조장하고 궁극적으로 일괄타결하는 전략을 활용했으나 부시 행정부가 초강경책또는 무반응 전술로 일관하자, 최근 몇 년 새 벼랑끝 전술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후자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일단 북한이 기존 틀인 6자회담에 응하면서, 회담장에서 중국을 우군으로 실리전략을 펴지 않겠느냐는 것. 이렇게 되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역할 확대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촉진자 역할을 자임해 온 우리 정부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정부 안팎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로서 남북정상회담 카드를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차기 북핵 6자회담 개최 시기와 관련, 부시 행정부는 일단 "가능한 한 빨리 차기 회담이 열리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이고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북한이 희망하는 시기에 제4차 6자회담은 일단 열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