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땜하는 거라고 생각해." 26일 오후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는 오는 31일 수원 삼성과의 프로축구 K리그 홈경기를 앞둔 대구FC 선수들이 '백전노장' 박종환 감독의 호령을 들으며 전술훈련에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박 감독은 벤치에 앉아 소리칠 뿐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다혈질의 박 감독이 벤치에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오른 발목에 두터운 깁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 박 감독은 지난 23일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펼쳐진 '서울-평양 OB친선축구대회'에 공격수로 나섰다가 1-4로 뒤지던 후반전에 백태클을 당하며 오른쪽 발목뼈에 금이 가고 인대를 상하는 중상을 입고 전치 5주 진단을 받았다. 이 때문에 박 감독은 올 시즌 6경기를 남긴 K리그 경기에 목발을 딛고 벤치를지켜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하게 됐다. 사실 올시즌에 박 감독은 '액땜의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험난한가시밭길을 걸어왔다. 박 감독은 지난 6월 FC서울전에서 심판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며 8경기 출전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당했다. 이 때문에 대구는 컵대회와 후반기 리그초반까지 벤치대신 관중석에 자리잡은박 감독의 원격지휘를 받으며 경기를 치러야만 했다. 하지만 박 감독의 중징계는 오히려 팀에 약이 됐다. 대구는 후반기 리그들어 승승장구하며 올시즌 최고기록인 시즌 3위까지 오르는기염을 토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대구 선수들은 오는 31일 수원전에서 승리해 시즌 1위까지 올라보자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박 감독은 "현역시절에도 이렇게 크게 다친 적이 없었다"며 "이번에 다친 게 1위로 가기 위한 액땜이었으면 좋겠다"고 웃음지었다. '만년 하위권'의 설움을 벗기 위한 박 감독의 액땜이 어떤 효과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