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은 과연 군사작전의 대가였을까. 관우와장비의 실제 인품은 어떠했을까. 조조는 정말 비열한 인물이었을까. 소설속에서 비판적으로 그려지거나 혹은 영웅적인 모습으로 미화된 삼국지 인물들의 실제 됨됨이를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를 근간으로 '한서', '후한서', '진서', '위서', '잡기' 등 중국의 정사 사료들을 토대로 살펴본 '삼국지 오디세이'(다카시마 도시오 지음. 이유성 옮김. 심산刊)이 나왔다. 책은 삼국의 각 영웅들을 인물중심으로 조명하면서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 연의'의 이야기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짚어 보고 있다. 흔히 관우는 인덕 있는 충신으로 불린다. 저자에 따르면 그러나 각종 사료들을 들여다보면 관우는 '건방지다'는 평가를많이 받았다고 한다. 또한 시기심이 매우 강해 유비 휘하의 무장으로서 천하제일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면 참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성격은 관우에게 비참한 결과를 안겨주었다. 유비와 제갈량, 장비, 조운등이 익주로 가고 형주를 홀로 지키던중 관우는 위나라와 오나라의 협공을 받는다. 이 때 관우는 지원을 요청했으나 평소 관우에게 원망이 쌓여있던 우군들이 제대로도와주지 않았고, 결국 관우는 비극적으로 최후를 맞는다. 장비의 경우도 소설에서는 호탕하고 익살맞은 호인으로 묘사돼 있으나, 여러 사료들은 장비가 아랫사람들을 매우 심하게 다루었다고 전하고 있다. 결국 관우의 복수전을 위해 출동하기 직전 장비는 그의 친위대 대장에게 살해된다. 소설에서는 장비를 죽인 이들이 장비의 아이들에게 갈가리 찢겨 죽었다고 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제갈량은 소설에서 대단한 군사전략가로 그려져 있으나 사실 그가 군권을 쥐게된 것은 유비 사후였다. 유비 생전에 그는 줄곧 내정을 떠맡고 있었고, 군사쪽에는거의 관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국지의 절정에 해당하는 적벽대전에 대해서는 사료의 기록이 꼼꼼하지 못하고엉성해 실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의 병력이 누구의 지휘를 받았는지를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저자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오나라의 손권이나 주유 등의 열전을 보면 돌림병으로 위나라 군사들이 크게 상해를 입었고, 그러자 조조가 스스로 배에 불을 지르고 후퇴했다는 기록이 나온다는것이다. 390쪽. 1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