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마치고 10일(이하 한국시간) 베트남 국빈방문을 시작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이날 첫 일정으로 호치민 묘소를 찾아 헌화했다. 공교롭게도 노 대통령이 호치민 묘소를 찾은 이날은 하노이가 해방된지 꼭 50주년을 맞는 날이어서 그 의미를 더했다. 한국 대통령이 베트남 인민의 국부로 추앙받는 호치민 전 국가주석의 묘소에 헌화하는 것은 지난 1998년 12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경우 묘소입구에서 헌화하는데 그쳤지만, 노 대통령은베트남 의장대의 인도로 헌화한 뒤 묘소 내부 2층으로 올라가 유리관속에 안치된 호치민 시신을 살펴보고 약 10초간 간단히 목례했다.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은 지난 96년 한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했으나 묘소를 방문하지는 않았다. 군사독재 정권시대를 마감하고 `문민정부'가 출범되기는 했지만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던 당시 정치.사회적인 여건과 국제환경 등을 감안할때 대 프랑스 독립운동의 아버지이자 대미(對美) 항전의 지도자였던 호치민을 사회주의 혁명가로 볼 것이냐, 아니면 단순한 독립운동가로 볼 것이냐를 놓고 명확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노 대통령이 이번에 묘소 내부를 방문키로 한 것은 베트남 정부의 거듭된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98년 김 전대통령의 베트남 공식방문을 협의했을때 `필수일정'으로 요청했을 정도로 한국 대통령의 호치민 묘소 참배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해왔다. 노 대통령의 이번 국빈방문 때도 마찬가지였고, 노 대통령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0일 "호치민은 순수한 사회주의 운동가가 아니라 베트남 독립운동의 수단으로서 사회주의를 택한 측면이 있다"면서 "따라서 베트남 전국민의추앙을 받는 호치민을 독립운동가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호치민 묘소 내부까지 둘러보기로 한 것은 시대상의 변화와사상적 논쟁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난 92년 수교이래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한.베트남관계를 한차원 격상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즉,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 등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건설적이고 창조적인 실질협력관계로 나아가겠다는 얘기다. 베트남 국빈방문을 수행중인 정부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지난 2001년 8월 쩐 득 렁 베트남 주석이 방한했을때 체결한 양국간 `21세기 포괄적동반자관계'를 한단계 심화.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 대통령도 이날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우리 국민들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갖고 있다"며 "베트남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베트남 경제인과의 오찬석상에서도 호치민 묘소를 다녀왔음을 상기시키면서 "베트남의 역사와 그 역사를 사랑하는 베트남 국민들의 자존심을 매우 존경한다"며 "양국간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또 베트남 성공이 한국의 성공이 되고, 한국의 성공이 베트남의 성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베트남은 앞으로 협력분야를 경제.통상분야에서 정치.군사.문화등으로 확대하고, 우리의 전략적 협력파트너로서 경제.통상 등 분야에서 실질협력관계를 증진하는 한편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노이=연합뉴스) 조복래 김범현기자 cbr@yna.co.kr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