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통해 조국을 처음 알게 됐죠.이제 한국에서 게임을 하면서 사는 게 앞으로의 꿈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교포 2세로 태어나 2002년 한국을 처음 방문하기 전까지모국이 멀게만 느껴졌다는 청년이 있다. 그가 한국을 '멀지만 가까운' 모국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다름아닌 PC 게임을 통해서다. 화제의 주인공은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중인 '월드사이버게임즈(WCG)'2004 경기장에서 만난 로널드 김(22.Ronald Kim) 선수. 3명의 미국인 동료와 팀을 꾸려 1인칭 슈팅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 종목에미국 대표로 출전한 김 선수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3년전 고교를 졸업하고 취미로 시작한 PC 게임을 통해 지금의 동료들을 만났다. 결혼 후 미국으로 이민온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김 선수가 처음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은 2002년 대전에서 열린 제2회 WCG 대회에 참가하면서부터. 김 선수는 "선수단 숙소에만 머물러 모두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처음 방문하게 된 모국에 대한 강렬한 인상이 남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듬해인 2003년 3회째 대회에도 참가하기 위해 두번째로 한국을 찾았던 김 선수는 경기장이 마련된 서울 잠실 올림픽 공원의 밤거리를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부모님을 통해 말로만 들어왔던 모국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 한국에서 게임과 관련된 직업을 찾아보겠다는 장래 희망도 이때 처음 품었다. "일단은 게임이 좋은 것이 먼저"라는 김 선수는 "한국에는 프로게임단도 많고게임 산업도 발달해 있어 좋아하는 일을 모국에서 하게 된다면 금상첨화(as good asit gets)"라고 말했다. 김 선수는 이번 대회가 끝나는 대로 대학 입학을 준비해 졸업 후에는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과 관련된 직업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평소 팀원 중 가장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쳐 적진에서 선두를 지휘한다는 김 선수에게도 약점이 생겼다. 1, 2차전에서 루마니아와 핀란드 대표팀을 만나 압도적인 점수차로 호쾌한 승리를 거뒀던 미국 대표팀이 16강이나 8강전에서 한국 대표팀과 맞붙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 김 선수는 "이제 나도 한국 사람인데 게임 속에서라도 한국 선수들을 총으로 맞춰야할 상황이 생긴다면 매우 망설이게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신유리기자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