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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장터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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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껑충 뛰었다 제천장 신발이 없어 못보고/바람이 불었다 청풍장 선선해서 못보고/청주장을 보잤드니 술이 취해 못보고… 보은 청산 대추장은 처녀장꾼이 제일이요/엄범중천에 충주장은 황색 연초가 제일이요… 쌀도 흔타 미원장날 어델 가서 요길 하나…지리구지리구 잘한다/품파품파 잘한다.' 시인 신경림씨가 '민요기행'에 옮겨놓은 '장타령'이다. 국내에서 장(場)이 활성화된 것은 임진왜란 이후.서유구(1764∼1845)작 '임원경제십륙지'에 따르면 19세기 초 전국의 5일장은 9백9개에 달했다. 장터는 오랫동안 물물교환 장소이자 여론 형성의 중심지였다. '메밀꽃 필 무렵'에서와 같은 만남의 터전이기도 했고. 장마다 특산물이 있었지만 나이든 세대의 추억 속 장터 풍경은 비슷하다. 함지박이나 부대에 담긴 쌀 고춧가루 참깨,바닥에 쌓인 늙은호박 메주 산나물 더미,비누 치약 칫솔 그릇 소쿠리 빗자루 파리채,장난감 옷가지.무좀약 좀약,닭 생선,뻥튀기….그리고 '가라,애들은 집에 가'로 시작되는 만병통치약 장수의 만담까지. 지방마다 백화점과 할인마트,슈퍼마켓이 늘어나면서 장터는 사라진다. 간혹 서는 곳도 북적대거나 흥청대지 않는다. 장터는 그래도 이름만으로 정겹다. 영화 '집으로'에서 말 못하는 외할머니가 산나물을 팔아 손자의 운동화를 사주는 곳도,모처럼 들른 할머니에게 초코파이를 공짜로 주며 "또 오라"고 하는 곳도 읍내 장이다. 한마디 말도 없이 바코드로 계산하고 신용카드를 내밀면 끝나는 백화점이나 할인마트와 달리 장에선 큰소리로 값을 묻고 흥정하고 깎고 덤을 얻는다. 장터에선 하나라도 더 팔아보려는 이들의 간절한 눈빛과 마음에 드는 걸 적정한 값에 사들인 이의 흐뭇한 표정이 함께 어우러진다. '2004 장터 사진전'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신관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9월30일∼10월5일).손기상 전 삼성문화재단 고문과 김창실 선화랑 대표 등 각계 인사가 모인 '장터 포토클럽'(회장 이태주) 주최.사진 속 장터엔 가난하지만 활기찬,말로 표현할 길 없는 삶의 진지함이 가득하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다시 살아봐야겠다' 싶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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