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둘러싼 열린우리당내 기류가 복잡해지고 있다. 국보법 폐지란 원칙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지만, 폐지 후 보완의 폭과 시기 등을놓고 보.혁간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형법보완론자들은 한나라당이 다소 전향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만큼 협상 전략차원에서 `완전폐지' 쪽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반면, 대체입법론자들은 국민정서를 감안하면서 야당과의 타협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보법 문제에 대해 "구시대의 유물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계기로 해소된 듯 했던 노선 갈등이 다시불거질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21일 "협상에 도움이 안된다"며 `국보법 태스크포스'를 전격 해체한 것도 내부 논란의 정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천 대표는 22일 확대간부회의에서는 "무엇보다 지금은 당 내부의 신뢰와 단결이중요하다"며 "아직 당론으로 확정되지 않은 매우 민감한 내부 문건이 언론에 통째로나가 보도되는 일이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일단 지도부는 늦어도 내달 초 국정감사 전까지 국보법 문제를 마무리짓는다는방침이지만 보완론과 대체론간의 입장차가 커 국감 후인 11월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노 대통령의 `폐지 발언' 전까지 국보법 폐지론에 반대했던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이 23일 정식 발족하는 데 이어 내달 2일 전직 관료와 시장.군수 출신 등 보수 색채가 짙은 30여명이 "행정경험을 의정에 반영하겠다"며 `일토삼목회(一土三木會)'란 친목모임을 구성하는 등 중도보수파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노선 갈등을 가중시킬 수 있는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안개모의 한 핵심 의원은 "지금 정국에 대해 우리당 핵심 주류가갖고 있는 기본 인식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며 "당내에는 엄연히 개정론, 대체론,폐지론의 세갈래 흐름이 있는 데도 지도부가 한꺼번에 하려다 보니 이 난리판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보.개혁세력이 당내에서 차지하는 이념분포가 가장 넓고, 지도부가 대체입법보다 형법보완 쪽로 기울고 있다는 점에서 노선 대립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미 논란은 정리된 것"이라며 "다만 만약 우리가 대체입법으로 나간다면 한나라당에서 훨씬 강력하게 반대로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병두 기획조정위원장은 "우리당의 주류는 엄연히 중도개혁"이라고 못박았고,긴급조치 세대 모임으로 국보법 폐지론을 주도하고 있는 `아침이슬'의 유승희(兪承希) 의원은 "노선 문제는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