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정부가 21일 발표한 '민간복합도시 개발특별법'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도시 조성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는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으나 특별법 시행을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에 이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는 무엇보다 '대상토지의 50% 이상을 협의 매수하는 것을 전제로 나머지 50%에 대한 강제수용권을 부여한다'는 특별법의 토지수용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입장이다. 적게는 수 백만평에서 많게는 수 천만평에 이르는 기업도시의 토지 절반을 매입하려면 상당한 자금조달 능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다 토지 소유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토지를 사들일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각 지자체가 기업도시 유치를 신청한 일부 지역의 땅값은 이미 평당 30만원을 넘어 3백만평만 사들이더라도 1조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업도시 입지로 확정될 경우 땅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기업들은 따라서 지자체가 먼저 해당 부지를 수용해 기업에 되파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강조한다. 해당 기업에 출자총액제한과 신용공여 한도를 완화해주는 방안,조세감면 혜택 등이 이번에 확정되지 않은 채 관계부처 협의를 거치도록 유보된 것도 기업들에는 부담이다. 향후 2∼3년을 기준으로 중장기 신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제도적 틀과 지원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도시 추진 후보 기업으로 물망에 오른 대부분의 기업들은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의 경우 기업도시로 추진했던 아산 탕정 LCD단지가 특혜시비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남부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물류 및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건설에 관심을 보여온 한진과 금호도 토지수용 조건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앞으로 대규모 신규 투자에 나설 경우 유력한 제도적 방편이 생겼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