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삼익악기와 영창악기의 기업결합 불가결정을 내린 이후 영창악기의 운명이 안개 속에 빠져들고 있다. 영창악기는 21일 외환은행 본점에 돌아온 4억6천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최대주주인 삼익악기측은 21일 "자금을 지원할 이유가 없으며 영창악기의 현 경영진이 화의를 신청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영창악기의 앞날이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삼익 "자금지원 못한다"=삼익악기의 김종섭 회장은 "삼익악기는 영창악기 인수자금 1백10억원 외에도 그동안 구조조정에 40여억원을 투입했다"며 그러나 "공정위에서 손을 떼라고 하는 마당에 더이상의 자금 투입은 삼익악기로서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영창악기의 현 경영진은 법원에 화의신청을 내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를 받을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공정위 "법대로 할 뿐"=공정위는 이번 영창악기의 부도 사태에 대해 "예상한 일"이라는 반응이다. 공정위의 장항석 독점국장은 "시정조치를 내리면 삼익이 그동안 해온 자금지원을 끊을 것이라는 점을 예상했다"며 "영창악기는 일시적 자금난을 겪을 뿐 브랜드 가치나 기술력면에서 독자생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장 국장은 "삼익악기가 제3자 매각을 막거나 현재의 독점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위법적 조치를 하는지를 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창 어디로 가나=삼익악기가 선임한 영창악기의 현 경영진과 달리 채권단은 기존 대주주가 남는 화의보다 법정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2대 주주이자 채권자인 외국계 투자전문회사 트랜스미디어매니지먼트측은 "중립적인 경영이 가능하도록 법원이 선임하는 관재인이 관리하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화의나 법정관리 여부는 당사자가 결정할 문제"라며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차병석·문혜정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