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업체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수명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놀라운 속도로 줄어들었다. 지난 1935년 90년이었던 기업의 평균 존속 연도는 1955년에는 45년으로 절반이 줄었고 1975년에는 다시 30년까지 떨어졌다. 1995년에는 22년까지 내려와 급기야 2005년의 경우 평균 15년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기업을 둘러싼 변화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 세계에서 도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이 결코 빈 말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회사를 키우고 사회에 공헌하고 하는 건 한가로운 얘기고 살아남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는 얘기다. 기업이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하나다. 이익을 내는 것이다. 쓰는 돈보다 많이 벌어서 공장이나 사무실을 돌릴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계속 적자를 내고 새로운 투자나 대출을 받지 못하면 기업은 죽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뭐든지 열심히만 한다고 살아 남는다는 보장도 없다. 남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에서는 수익이 날 게 거의 없기 때문에 기업은 아직까지 시장에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 창출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 수요는 있지만 아직 상품이 없는 것을 찾는 것,이것이 바로 혁신(innovation)이다. 혁신하는 기업은 오래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이제 15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라져갈 것이다. 이렇게 제3자적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도 막상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은 느끼기 어렵다. 매일매일 손익 맞추기에 급급한 기업에선 이렇게 '한가한' 얘기가 나올 겨를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시점에서 지금 기업에 필요한 것이 명확해진다. 최고경영자(CEO)들이 '혁신의 압박'을 느껴야 한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절박감을 갖고 CEO들이 먼저 변하려고 나설 때 회사에는 희망이 생긴다. 혁신의 압박을 느끼는 회사는 그렇지 못한 회사와 평소 운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선 기존 비즈니스를 재정비하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지금 돈이 되고 있는 이 비즈니스가 내년,후년은 물론 5년,10년 뒤에도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생긴다. 그래서 '안되겠다'는 결론이 나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즉 혁신활동을 벌이는 방식으로 대응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도 '막차'를 타기 직전에 손절매하거나 갈아타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혁신압박을 느끼고 변화를 준비해온 회사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혁신의 압박을 느끼지 못하는 기업은 막판까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투자자와 다를 바 없다. 완전히 바닥을 확인할 때까지 변화를 미루다 결국 깡통을 차게 되는 것이다. 사양길로 접어든 업종에서는 1년 밖에 안된 새 기계도 팔 곳이 없는 고철이 되고 만다. 혁신 압박을 실제 경영혁신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의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눈과 귀를 열어두고 있어야 새로운 기회가 보이고 그 기회를 먼저 잡겠다는 조바심도 생기는 것이다. 그 조바심이 바로 혁신 압박이다. 재무 상황 악화나 시장점유율 축소 등 직접적인 시장의 압박이 올 때면 이미 늦다. 시장 압박의 '선행지수' 노릇을 하는 혁신 압박에 CEO가 민감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 평균 수명 15년을 생각해보라.회사 하나 차려서 집안 건사하기도 어렵다는 의미다. 살아남는 것은 개별회사의 문제인데도 원인을 경기침체 등 외부에 두고 '남의 탓'만 하는 회사가 적지 않으니 걱정이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