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안도현 김근태 이명랑씨 등 각계 인사 24명이 연탄을 소재로 쓴 글을 묶은 책 '연탄'(문학동네)이 나왔다. 각자 살아온 인생 항로는 다르지만 연탄을 매개로 가슴 훈훈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게 공통점이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시 '너에게 묻는다' 전문)로 유명한 안도현 시인은 "너나없이 연탄을 때던 시절에는 연탄 창고 가득 연탄이 쟁여져 있으면 겨우내 마치 부자가 된 듯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나는 누구에게 든든한 사람이 될 수 없나?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 될 수 없나? 나는 나에게 오늘도 묻는다"라고 말한다. 소설가 이명랑은 어린 시절 행상을 나간 부모님이 단속에 걸려 돌아오지 못한 어느 겨울밤 공포를 녹여주던 연탄불의 기억을 되살린다. '부엌 한가운데 빈 화덕을 놓고 둘러앉아 있던 우리들의 공포에 질린 얼굴을 내려다보시던 어머니.지난밤 우리가 겪었던 공포와 배신감과 서러움의 응어리가 어머니가 들고 오신 연탄불에 서서히 녹아내렸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씨는 암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연탄불에 구워 드시던 고구마를 떠올리며 그리움을 되새겼다. 이 책의 수익금은 지난 6월 발족한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이사장 변형윤)에 보내져 저소득 가정과 북한으로 연탄을 보내는 일에 쓰여질 예정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