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지난 96년부터 수 년간 약 2조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했던 사실이 적발돼 문제가 되고 있다. 비록 5년 이상 지난 일로 수사대상도 아니고 지금은 분식을 모두 해소한 상태라고는 하지만 투자자들의 줄이은 소송이 예상되는데다 회계법인의 부실감사 문제까지 겹쳐 파장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이런저런 이유로 적자를 흑자로 꾸미거나 자산 부채 등을 과대 또는 과소평가해온 경우가 적지 않았던 그동안의 기업회계 관행을 감안할 때 크고 작은 분식회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기업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이번 일은 내년으로 예정된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과거 분식회계 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될 것임을 시사해주는 사건임이 분명하다.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 일괄 사면을 검토하는 등 어떤 형태로든 한번쯤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런 현실과 그에 따른 엄청난 파장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수많은 기업들이 소송사태에 직면해 경영상 큰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고 두고두고 짐으로 작용할 것도 뻔하다. 집단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주가가 폭락하는 등 경영상 치명상을 입게 되지만 패소할 경우는 실리콘 유방 사건으로 파산위기에 몰렸던 다우코닝의 예가 보여주듯 내로라하는 기업이 하루아침에 공중분해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럴 경우 전체 경제에 미칠 파급 영향 또한 막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면을 하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명백히 잘못된 일을 눈감고 넘어가는 것은 모럴 해저드를 조장할 우려가 적지 않은데다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설령 형사처벌은 면제해준다 하더라도 세금문제나 투자자 피해보상문제까지 사면해 줄 수 있는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고, 사면을 거론하는 자체가 한국기업의 대외신인도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기업을 보호하고 과거 분식이 미래까지 이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한번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임도 분명하다. 때문에 과거 분식에 대한 사면 방안을 적극 추진하되 사전에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국민적 합의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본다. 지금이야말로 과거 분식문제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