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국들은 제4차 6자회담을 9월말 이전에 베이징에서 개최하자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날짜는 실무그룹의 진행을 고려하여 외교경로를 통해 결정하기로 하였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개국이 지난 6월 26일 베이징에서 나흘간의 제3차 북핵 6자회담을 마치면서 모처럼 합의한 의장성명의 제7항의 내용이다. 같은 날 의장성명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측 수석대표인 당시 왕 이(王 毅) 외교부 부부장이 낭독했고, 각국 회담 대표단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분위기였다. 그로부터 15일로 두 달 하고 3주가 지났으나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6자가 4차회담 날짜로 합의한 `9월말 이전'은 최대로 잡아야 2주 밖에 남지 않았으나, 이날까지도 북한이 부정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연휴(9월 26∼29일)를 감안하면 `9월말 이전'에 회담을 열기 위해서는 다음주 밖에는 시간이 없는데 이날까지도 전혀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지난 회담의 합의에 따라 북한을 4차 회담장으로 이끌어 내려는 나머지 5개국의외교적 노력도 거의 소진되어 가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지난 10∼13일 리창춘(李長春)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방북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은 성과를 얻지 못했고, 12∼14일 세르게이 미르노프 러시아 연방회의(상원) 의장의 방북도 무위에 그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방북 인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북한은 원론적으로 `6자회담의 유용성'은 인정하면서도, 핵 문제와 관련한 기존의 주장과 요구를 되풀이함으로써 뭔가 획기적 변수가 없는 한 당장 4차 회담에 응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에 따라 미국, 일본, 러시아를 중심으로 `9월말 이전 개최'의 무산에 이어,결국 4차 회담이 오는 11월 2일 미 대통령선거 이후나 내년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여기 저기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베이징을 방문 중인 제임스 켈리 미측 수석대표는 14일 "북한이 시간을 끌고 있는데 대해 실망했다"고 말했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북한은 (6자회담에)별로 협조적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5개국은 북한에 대한 설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9월말 이전이 정 어렵다면, 조금 늦춰 10월초에라도 열자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4차 회담의 9월말 이전 개최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합의를 지키기 위해 중국측이 북한을 계속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수석대표 또한 14일 모스크바에서 이수혁(李秀赫)한국측 수석대표를 만난 뒤 "우리는 4차 회담이 9월이 아니더라도 이른 시일 내에개최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계속 협의해 나기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 lye@yna.co.kr